‘딸 바보’ CEO들이 인심 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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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잇단 연구결과 발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회장(오른쪽)이 2012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겨울 승마대회에 참가한 딸 제니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딸의 승마대회 참가를 위해 약 100만 달러를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출처 플라이넷픽처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회장(오른쪽)이 2012년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열린 겨울 승마대회에 참가한 딸 제니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게이츠 회장은 딸의 승마대회 참가를 위해 약 100만 달러를 지원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 출처 플라이넷픽처스
누나 여동생 딸 등 가족 중 여성을 둔 남성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많이 자선에 나서고 직원들에게 인심이 후하다는 연구 결과가 잇달아 나와 눈길을 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MBA 전문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최근 ‘왜 남자는 여자를 필요로 하는가’라는 뉴욕타임스 기명 칼럼에서 자선에 적극 나서는 부자와 직원에게 관대한 최고경영자(CEO)는 가족 가운데 여성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 회장.

게이츠 회장은 20여 년 전만 해도 자선에 나서 보라는 주위의 권유를 단호히 뿌리쳤다. 하지만 결혼하고 딸을 낳으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해 1997년에는 자선재단인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까지 설립했다.

데이비드 로스 뉴욕 컬럼비아대 교수(경영학) 등 3명은 직원을 1만 명 이상 둔 덴마크 회사를 대상으로 10여 년간 임금 변화를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아들을 둔 CEO는 임금을 삭감한 반면에 딸을 가진 CEO는 급여를 깎지 않았다. 그랜트 교수는 “아빠들이 딸의 머리를 빗겨주고 댄스수업에 함께 나가면서 더 부드러워지고 타인에게 공감하게 되는 경향은 분명해 보인다”고 밝혔다. 딸을 가진 미국 의원들은 진보적인 법안에 더 많은 찬성표를 던진다는 연구 결과와도 맥을 같이한다고 로스 교수는 주장했다.

네덜란드 자유대의 심리학과 교수인 파울 판 랑어 교수는 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신이 25달러, 부모님이 10달러를 가진다’(이기적)와 ‘당신이 20달러, 부모님이 30달러를 가진다’(이타적)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실험에서 누나나 여동생을 가진 남성은 40%나 더 후자를 선택해 좀더 이타적이었다. 사회과학자들은 여성의 공감과 양육 행태가 남성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믿고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공평하게 나눠 갖고 도와주려는 성향이 강한 반면에 남성은 독식하거나 아예 완전히 갖지 않으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여성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해 크리스천 데스조 메릴랜드대 교수(경영학) 등 2명이 1992년부터 2006년까지 미국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여성을 고위 임원진에 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평균 1% 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 임원이 사내 남성 직원들에게 보다 관대하고 더 많이 정보를 공유하도록 권장하는 리더십을 보여 기업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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