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지성씨, 본보 ‘빈민촌의 코리안’ 필리핀 톤도편 읽고 현장 다녀와 4750만원 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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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뒤덮인 강에서 물고기 잡아먹는 아이들…
거짓말 같은 그 광경, 글로 표현할 수 없었다”

지난달 10일 필리핀 마닐라 톤도를 방문한 이지성 작가가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작가는 “톤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보고 태어나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며 “거짓말 같은 현실 속에서 사는 아이들을 그냥 둘 수 없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아대책 제공
지난달 10일 필리핀 마닐라 톤도를 방문한 이지성 작가가 마을 아이들과 어울려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작가는 “톤도의 가난한 아이들을 보고 태어나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며 “거짓말 같은 현실 속에서 사는 아이들을 그냥 둘 수 없어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기아대책 제공
“톤도의 아이들을 만났을 때 그곳의 모든 현실이 거짓말 같았어요. 그 아이들이 사는 세상은 작가인 제가 어떤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죠. 그렇게 살아가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었습니다.”

‘꿈꾸는 다락방’ ‘리딩으로 리드하라’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등 자기계발서 세 권을 이 분야 베스트 10위(인터넷 교보문고 집계) 안에 올려놓은 ‘미다스의 손’ 이지성 작가(38). 그는 본보가 연재하는 ‘또 다른 울지마 톤즈-빈민촌의 코리안’시리즈 중 필리핀 마닐라 톤도 편을 읽은 뒤 충격을 받고 팬클럽 회원 3명과 함께 톤도로 직접 날아갔다. 지난달 10∼13일 빈민촌의 실상을 직접 보고 돌아온 그는 자신의 돈과 팬클럽(폴레폴레) 회원·출판사·독자를 설득해 모은 4750만 원을 선뜻 내놓았다.

▶본보 1월 11일자 A2면 필리핀 톤도 파롤라 마을 돌보는 김숙향 씨

[채널A 영상] 시리아 정부, ‘살인면허’ 얻은 듯 학살자행…죽어가는 아이들

최근 서울 은평구 진관동 자택에서 만난 그는 톤도의 비참한 현실을 본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아이들은 벌레가 우글거리는 쓰레기 바닥을 맨발로 뛰어다니고 쓰레기 강에서 잡은 ‘기괴한’ 물고기를 먹고 있었습니다. 쓰레기를 맨손으로 뒤져 돈이 될 만한 걸 찾는 아이도 많았어요. 정오가 한참 지난 시간인데도 ‘한 끼도 못 먹었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죠.” 인터뷰 내내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 작가가 내놓은 돈은 톤도 지역 등 필리핀 빈민촌에서 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김숙향 씨(53·여)가 톤도 지역 아이들을 위해 교육센터를 매입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그의 기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달 10일엔 팬카페 회원들과 함께 책걸상 교체 비용 250만 원과 출판사에서 지원받은 어린이 영어책 100여 권 등을 들고 톤도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톤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판해 인세를 모두 기부할 계획도 갖고 있다.

그의 기부활동은 톤도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말부터 강연회 입장료 수익, 팬클럽 후원금 등을 포함해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빈민촌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아대책에 내놓았다. 빈민촌에 학교와 병원 100개를 세운다는 ‘드림 프로젝트’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짐바브웨, 캄보디아에 학교 1개씩을 세웠다. 자신이 쓴 책에는 빈민촌 아동 일대일 후원 엽서를 첨부하고 강연회를 열 때마다 버려진 아이들과 빈민촌에 대한 동영상을 상영하며 후원을 촉구한다. 이 작가의 ‘후원 홍보’를 통해 일대일 후원을 하게 된 사람들이 900명에 가깝다.

작가로서 그의 성공이 쉽게 얻어진 건 아니었다. “10년 넘게 무명작가 생활을 했고, 20대에는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물려받은 빚 4억 원을 지고 달동네에서 비참한 생활을 했습니다. 그때 본 가난한 이들이 잊혀지지 않았어요.” 책이 잇달아 성공을 거둔 뒤 재벌가에서 ‘내 자녀에게 강의를 해달라’며 거액을 주겠다는 제의도 들어왔지만 이를 마다한 채 서울역 쪽방촌 아이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더 많은 기부를 하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제가 코엘류 같은 세계적인 작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러면 톤도의 아이들을 비롯해 세계의 모든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을 텐데 말이죠. 더 크게 성공하지 못해서, 더 도와주지 못해서 그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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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S 후원 060-700-0770(통화당 2000원), 후원 신청 02-544-9544, www.kfh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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