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엔 못갔지만… 울릉도서 한복패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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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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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씨 광복절 기념 기획
강풍과 파도 탓 아쉬움 남겨

10일 오후 경북 울릉군 울릉읍에서 열린 이영희 한복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우리 고유의 한복을 입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김미옥 기자salt@donga.com
10일 오후 경북 울릉군 울릉읍에서 열린 이영희 한복 패션쇼에서 모델들이 우리 고유의 한복을 입고 바닷가를 거닐고 있다. 김미옥 기자salt@donga.com
거센 해풍이 섬을 훑자 바다를 배경으로 ‘바람의 옷’들이 흩날렸다. 40벌의 한복이 심해(深海)가 뿜어내는 짙은 푸른빛 위에서 일렁였다. 모델들은 유려한 곡선미와 단아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우리 고유의 한복을 입고 그 섬을 거닐었다. 방파제에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배경으로 흘렀다.

10일 오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남양3리 통구미. 울릉도 남쪽 바다를 바라보는 작은 포구에서 한복패션쇼가 열렸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75·여)가 모델 13명과 함께 울릉도에서 행사를 진행한 것. 이 씨는 이날 쇼에서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옷, 모시한복, 모던한복 등 지난해 ‘파리 오트 쿠튀르’에서 내놓았던 한복을 선보였다.

이날 행사는 독도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이 씨는 닷새 앞으로 다가온 광복절을 앞두고 독도에서 우리 고유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소재로 한 패션쇼를 기획했다. 지난해 광복절에 결심을 했으니 준비 시간만 1년이 걸렸다. 이 씨는 “우리 땅, 우리 섬에서 우리 옷을 입고 행사를 해 감동을 주고 싶었다”며 “독도에서 우리가 한 일이 기록으로 남게 되면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초속 12m의 강풍과 2m가 넘는 파도는 독도 입도를 허락하지 않았다. 독도를 껴안은 바다를 눈앞에 둔 울릉도 포구에서 행사를 열고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모델들도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무대에 선 천소정 씨(22·여)는 “쉽게 갈 수 없는 역사적인 장소에서 우리 옷을 알리는 뜻 깊은 무대에 설 수 있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울릉도=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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