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치앙마이 한글학교’ 한국 학생들, 어린이연극제 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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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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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 자긍심 하나로 무모한 도전 나섰죠”

치앙마이 한글학교 학생들이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20회 전국어린이연극제 예선전에 참가해 서툰 한국말로 연기력을 보여줬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치앙마이 한글학교 학생들이 15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제20회 전국어린이연극제 예선전에 참가해 서툰 한국말로 연기력을 보여줬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무구화 꼬치 피어쓰니다.”

태국의 ‘치앙마이 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15일 서울 중구 국립국장에서 열린 제20회 전국어린이연극제 예선전에서 연기력을 뽐냈다.

‘무구화…’는 학생들이 준비한 ‘빈방이 없습니다’라는 연극에 나오는 대사. 연극에서 지적 장애인 역할을 맡은 정의라 군(치앙마이 한글학교 3학년)은 어려운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재연했다.

“글세 기찮게 왜에 자꾸 이러시오? 같은 말은 맺 번이나 반 반복해야 합니까? 우리 집엔 빈 반이 없습니다….”

한국어보다는 영어가 쉬운 학생들은 우리말 발음이 얼마나 어려운지 요즘도 실감하고 있다. 연극 무대에 선 8명 가운데 절반은 한국 국적이지만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중국 태국에서 태어났다. 또 다른 4명은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치앙마이에서 더 오래 살았다. 모두 영어로 말하는 게 더 쉬운 아이들이다. 정 군은 “태국에서 태어나 대사 뜻을 이해할 수 없어 우는 연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무대에 함께 오른 윤예일 군(그레이스 국제학교 4학년)은 발음을 고치려 입에 볼펜을 물고 연습했다. 오준서 군(란나 국제학교 3학년)은 “연습 때마다 지적을 받아 창피했지만 한국말이 많이 늘어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정도연 한글학교 교장은 “모국어에 자긍심이 없었다면 열심히 연습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예선전 참가만으로도 아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3월 지진으로 무너진 미얀마의 학교를 복구하는 모금 운동을 위해 광주 광신대(16일) 등에서 같은 공연을 할 예정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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