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서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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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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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냉면 먹는 한국인 열정에 반했어요”
생생한 한국음식-문화 체험담 풀어내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김치 좋아하시죠? 제 이름이 바로 김치입니다.”

베트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베트남 여성이 자신을 ‘김치 씨’라고 소개하자 관객석에선 일제히 웃음이 터져나왔다.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열린 ‘제14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베트남 여성의 본명은 응우옌 티 김치(22)’. 한자로는 ‘금지(金枝)’로 표기되지만 베트남어로는 ‘김치’로 발음된다. 한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름을 가진 그는 주어진 3분 동안 ‘베트남에선 김치’라는 제목으로 이름 때문에 한국에서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아나운서를 방불케 하는 한국어 솜씨로 발표했다.

열정적인 연습 탓에 대회 전날 목이 쉬어버린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압둘 하디 씨(24)는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2010년 월드컵 당시 응원을 했던 추억을 발표해 큰 박수를 받았다. 본선 준비 전 지나가는 한국인만 보이면 붙들고 “3분만 발표 좀 들어주세요”를 연발하며 연습에 몰두했다는 그는 ‘한국어 예찬’을 아끼지 않았다.

1998년 처음으로 열린 이래 올해 14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 예선에는 역대 최대인 1134명이 지원했다. 1, 2차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자로 선발된 인원은 18개국에서 온 21명. 54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그들을 보기 위해 세계 각국의 외국인들과 한국인 수백 명이 강당에 모였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중국, 네팔, 사우디 등 세계 각국 전통 의상을 입은 응원단이 자리를 가득 메우면서 강당은 지구촌 그 자체였다.

참가자들은 관객의 호응을 얻기 위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스위스에서 온 리만 이사벨 씨(25·여)는 다홍빛 치마에 노란 저고리를 입고 머리를 곱게 땋고 나와 “겨울에도 차가운 냉면을 먹고 술을 먹어도 화끈하게 먹는 한국인들은 정말 열정적”이라는 차분한 발표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국의 목욕 문화에 반했다며 ‘찜질방용 양머리 수건’을 머리에 쓰고 나온 사추꼰 깨우추아이 씨(22·태국), 어우동 의상을 입고 나와 쇼호스트 흉내를 낸 오소 씨(22·여·중국) 등 참가자들은 자신의 끼를 발휘하며 평소 갈고닦은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 음식’, ‘한국 문화 체험’이라는 2가지 주제를 놓고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대회에서 최고상인 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은 리만 이사벨 씨에게 돌아갔다. 2등인 특상(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상)은 쉰 목소리의 열정이 빛났던 압둘 하디 씨가 받았다. 김치 씨는 장려상을 받았다. 김중섭 경희대 국제교육원장은 “단순히 한국어 실력을 경쟁하는 자리가 아니라 외국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인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유익한 대회가 되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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