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전파하러 몽골 가는 총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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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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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정년 퇴직 6년 남은… 배재대 정순훈 총장 명퇴 신청
“한국어 세계화 실천하고 싶어”

정순훈 배재대 총장(59·사진)이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달 말 그만둔다. 대학교수 정년이 6년이나 남았지만 그는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한국어를 세계화하고 싶다는 평소 지론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서다.

정 총장은 28일 퇴임식을 마치는 대로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몽골 후레대 총장으로 갈 예정이다. 이 대학은 정보기술(IT) 특성화 대학으로 학생은 800명이지만 석·박사 과정까지 개설돼 있다. 부속 초중고교 재학생도 200명에 이른다. 2002년 김영권 전 건국대 교수가 정년퇴직한 뒤 선교를 목적으로 사비를 들여 설립한 대학이다. 김 전 교수는 최근 정 총장에게 종신 총장직을 제의하고 그를 영입했다.

정 총장이 정년이 한참 남은 한국의 교수직을 접고 몽골로 가는 이유는 ‘한국어 전도사’로 본격 나서기 위해서다. 법학(연세대 법학과 졸업)을 전공했지만 그는 주변에서 ‘우리말을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부터는 한글세계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왔다.

“한국이 글로벌 시대에 우뚝 서기 위해서는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를 많이 알아야 합니다.”

그는 총장 재임 기간 중 전국 최초로 배재대에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과’를 신설해 외국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우리말을 알리기 위해 한글 옷을 입자는 캠페인도 벌였다. 지난해 한글날에는 한글로 디자인한 옷을 서울시청, 남대문시장 등에서 외국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인구가 많은 중국에 한국어를 보급하기 위해 2008년에는 한국사이버대에서 중국학을 공부했다. 그는 “중국말을 알아야 한국어를 홍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짐바브웨에 한국어교육센터를 설립했다. 한국어 교육을 펼치는 세종학당에서 예산을 지원받았다. 이 센터에서는 앞으로 아프리카 36개국을 대표해서 온 학생들에게 한국어 교육을 할 예정이다. 그는 몽골 후레대에 한국어학과를 개설할 예정이다. 한국어학과를 지원한 학생뿐 아니라 모든 학생이 한국어를 배우도록 교양필수과목으로 만들 계획이다.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은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입니다. 제가 배운 것 중 하나가 ‘남을 섬기는 것이야말로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이다’라는 것인데 8년 동안 대학총장을 지낸 사람이 섬길 것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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