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 캄보디아에 사회복지 씨 뿌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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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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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프놈펜대학에 학과 ‘수출’ 겨울방학마다 원정 강의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들이 지난해 1월 프놈펜대에서 석사과정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우리가 받았던 원조를 개발도상국에 교육으로 되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무료로 가르친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들이 지난해 1월 프놈펜대에서 석사과정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우리가 받았던 원조를 개발도상국에 교육으로 되돌려주자는 취지에서 무료로 가르친다. 사진 제공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
“한국을 키워낸 것은 식량 원조가 아니라 교육 원조였습니다. 한국의 1950년대와 비슷한 상황인 캄보디아에 필요한 것은 ‘교육’입니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장은 방학이 되면 캄보디아행 비행기를 탄다. 프놈펜왕립대학(RUPP)에서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 학생 14명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이번 겨울방학에도 지난해 12월 26일∼1월 10일 같은 과 교수 3명과 강의를 하고 귀국했다. 세 학기째다.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은 2009년 12월 캄보디아 왕립대학 프놈펜대에 사회복지대학원을 개설했다. 교육과정과 교수진은 이대와 똑같다. 1947년 캐나다 선교사들이 이대에 사회복지학과를 개설한 지 62년 만의 일이다.

캄보디아는 1975∼1978년 ‘킬링필드’ 당시 지식인이 몰살당한 아픈 역사가 있다. 대학교수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다. 2009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774달러에 불과하고 책 구하기가 어려워 종이에 베껴 쓰기를 하는 자원봉사자가 있을 정도.

교육열만큼은 뜨겁다. 이대가 BK(두뇌한국)21 사업의 일환으로 사회복지학과를 외국에 개설하고자 베트남 방글라데시 몽골 등 개발도상국의 대학과 접촉했을 당시 다른 국가가 경제 원조를 바란 반면 캄보디아는 교육 원조를 원했다.

김 원장은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사회복지학과 졸업생들이 사회사업을 일궈냈듯이 프놈펜 대학의 졸업생이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옥경 이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사회복지란 개념조차 없는 곳이지만 지역개발, 원조개발, 극단적인 양극화 등 사회복지서비스가 진정 필요한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학생이 주경야독을 하는데 눈을 반짝이며 공부하는 모습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현지 학생 중 한 명인 케오 찬푸티 씨(28)는 이대에서 석사과정을 이수했다. 올 가을부터 박사 1호가 되어 프놈펜대로 돌아가 사회복지학과 1호 교수가 된다. 찬푸티 씨는 “캄보디아에서는 아직 여성에게 배움의 기회가 없다. 한국에 오지 못했다면 진취적인 여성이 되지 못했다”며 “캄보디아로 돌아가 빈곤지역 주민, 내전으로 상처받은 사람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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