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락사 주지 무원 스님, 버림받은 다문화여성 쉼터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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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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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자비정신 실천할 뿐이죠”

“불교에는 네편 내편이 없습니다. 일체중생을 위한 자비의 깨달음은 부처가 얻으셨으니 승가(僧家)는 이를 실천만 하면 됩니다.”

서울 관악구 청룡동(옛 봉천4동) 명락사 주지 무원 스님(51·사진)의 별명은 포대화상이다. 넉넉한 외모는 물론이고 다문화 활동에도 열심인 마음 씀씀이가 자비의 실천을 상징하는 중국의 포대화상과 닮았기 때문이다.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21일 찾아간 명락사는 그 자체가 다문화였다. 주변엔 한자 간판을 단 식당, 식료품점, 슈퍼마켓 등이 늘어서 있었다. 조선족 동포와 중국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상점이었다. 무원 스님은 “관악구는 서울에서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다음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명락사 옆에는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식당과 14개의 원룸을 갖춘 명락빌리지가 있다. 이 시설은 이혼하거나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결혼이민여성과 자녀들을 위한 안식처다. 갑자기 거처를 잃은 결혼이민여성들은 새 집과 직장을 얻을 때까지 이곳에서 3개월 동안 머물 수 있다. 2009년 2월 문을 연 이곳에는 현재 베트남, 몽골, 중국 등지에서 온 여성 11명과 그들의 자녀 7명이 살고 있다.

“오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여건 때문에 다 받아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한 베트남 여성은 한국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남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 바닥에서 잠을 자기도 했어요.”

명락사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한글학교를 운영하고 한국 음식 만들기 체험행사도 연다. 무원 스님은 “‘그들’을 ‘우리’의 일원으로 만들려면 우리 전통문화도 접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20세에 충북 단양군 천태종 본산 구인사에서 대충 대종사를 은사로 모시고 출가했다. 이때 은사로부터 받은 ‘마음 잘 쓰는 것이 도 잘 닦는 것’이란 화두가 다문화 활동의 계기가 됐다.

스님은 앞으로 다문화 대안학교를 만드는 게 희망이다. “교육은 가난과 차별을 끊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대안학교에서 공부한 아이들이 우리 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날을 상상해 봅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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