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스 美대사 “이만섭 오라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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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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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잘하는 외국대사 4명 李前국회의장과 주기적 모임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주한 외국 대사들이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모임을 시작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렌젤 미클로시 헝가리 대사, 팜띠엔반 베트남 대사,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 대사, 이만섭 전 국회의장, 비탈리 편 우즈베키스탄 대사. 김미옥 기자
한국어를 할 줄 아는 주한 외국 대사들이 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모임을 시작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렌젤 미클로시 헝가리 대사, 팜띠엔반 베트남 대사, 캐슬린 스티븐스 미국 대사, 이만섭 전 국회의장, 비탈리 편 우즈베키스탄 대사. 김미옥 기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서 주무시지 않나요.”

“요즘에는 안 그래요. 물론 거기(대사관저) 계시면 영광인데…. 좀 복잡해요.”

“경호하기에 거기가 나은가 했더니….”

“예전에 한번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오셔서 관저에서 주무셨는데, 그때 대사(알렉산더 버시바우)는 호텔로 가셨어요.”

이만섭 전 국회의장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6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한국어로 이같이 대화를 나눴다. 대화의 주제마다 웃음도 끊이질 않는다. 주한 대사들로부터 ‘큰형님’ 또는 ‘오라버니’로 불리는 이 전 의장이 두 달에 한 번씩 주재하는 이 자리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주한 외국대사들의 모임이었다. 현재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주한 외국대사는 모두 4명. 스티븐스 미국대사, 렌젤 미클로시 헝가리 대사, 팜띠엔반 베트남 대사, 비탈리 편 우즈베키스탄 대사가 그들이다.

1970년대 중반 미국 평화봉사단원으로 충남 예산에서 지낸 스티븐스 대사의 한국어 구사 능력은 수준급이다. 이 전 의장은 스티븐스 대사를 “인정 많은 아주머니”라고 부르곤 한다. 부부가 고려인인 편 우즈베크 대사의 한국어 실력도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반 베트남 대사는 김일성대에서 공부한 뒤 평양에서 공사로 근무했다. 렌젤 헝가리 대사는 모스크바에서 한국어를 배웠고 일상 대화에 막힘이 없을 정도다.

이 모임은 이 전 의장이 국회의장을 맡고 있던 2001년부터 시작됐다. 초기엔 페렌레인 우르진룬데브 전 주한 몽골대사, 둘라트 바키셰프 전 카자흐스탄 대사로 시작했지만 두 사람이 임기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 다른 멤버들이 충원되면서 지금까지 이어졌다. 대화의 주제는 제한이 없다. 편 우즈베크 대사는 이날 스티븐스 대사에게 지난 주말에 서울을 방문했던 리처드 놀랜드 주우즈베크 미국대사를 만난 얘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주한 대사들이 풀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반 베트남 대사는 한국 정부가 9월 초에 개정 입법을 예고했던 ‘국가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 입법 예고안이 나온 직후 “베트남이 세계평화를 해치는 세력”으로 규정된 부분을 두고 이 전 의장에게 자문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 전 의장이 나서서 외교통상부와 다리를 놓아줘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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