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나의 길]<128>‘愛人敬天’ 도전 40년

  • Array
  • 입력 2009년 11월 5일 03시 00분


코멘트

〈51〉제조업의 힘
제조업은 애경의 든든한 기초
덩치키우기보다 내실에 주력
모든 불행은 지나친 욕심때문

장영신 회장은 최근의 경제위기가 금융업의 부실로 비롯된 점을 들어 경제의 기초체력은 제조업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애경은 제조업 기반 사업이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애경유화 울산공장 전경. 사진 제공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은 최근의 경제위기가 금융업의 부실로 비롯된 점을 들어 경제의 기초체력은 제조업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애경은 제조업 기반 사업이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애경유화 울산공장 전경. 사진 제공 애경그룹
세상의 모든 사물은 보는 사람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영어 표현으로는 한국이 극동(Far-east)에 있다고 하지만 한국 사람의 눈으로 보면 한국은 극동에 있는 게 아니다. 둥근 지구는 끊임없이 돌고 있으므로 동쪽 끝, 서쪽 끝이라는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 동남아시아도 우리가 볼 때는 서남아시아라고 불러야 옳고, 미국이나 유럽이라고 하는 서양도 사실은 동쪽에 있는 동양이다. 이런 명칭은 과학이 먼저 발달한 유럽의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사고의 시각과 방향을 우리에 맞게 수정해서 봐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세계가 있고 한국을 중심으로 지구가 돌고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를 거치면서 서양문명이 근대문명을 이끌었지만 21세기는 세계가 아시아를 중심으로 번영한다고 많은 전문가가 예견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금은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세계 각국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썼던 경기부양 정책을 마무리하는 출구전략이 언제 시행되느냐에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조기에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아시아 국가의 약진이 큰 역할을 했다. 과거 일본 등 몇몇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는 세계경제의 변방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저렴한 노동력을 앞세워 미국이나 유럽의 다국적기업 생산기지인 동시에 그들에게 원료를 공급해주고 그들의 상품을 소비해주는 시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을 뿐 세계경제의 중심부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나 인도 등 거대한 인구를 가진 아시아 국가가 튼튼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세계경제의 중심부로 다가서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선진국에서 출시한 다양한 금융파생상품의 부실에서 시작됐다. 경제체제는 생물체와 같은 유기체여서 각각의 경제주체가 원활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생명을 유지하는데 그중에서도 제조업을 비롯한 1, 2차 산업은 경제체제를 뒷받침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요소다.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 경제구조에서 1, 2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축소되고 금융과 서비스 산업이 경제를 이끌면서 금융위기를 극복할 기초체력이 고갈되는 듯하다.

나는 40년 가까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항상 기본을 충실히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지금은 유통 부동산개발 항공 등 다양한 3차 산업에 진출했지만 애경을 지탱하는 기본은 역시 생활용품을 비롯한 기초화학 분야 제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애경은 1973년 오일쇼크, 1997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여러 위기상황을 무리 없이 극복했다고 생각한다. 애경그룹에서는 제조업 기반의 생활부문과 화학부문이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해 경기 변동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어떤 투자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복잡한 기업경영 환경에서의 성패 여부는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달려 있다. 과거 급격한 경제성장기에는 물건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기만 하면 팔려나갔다. 이때는 따로 리스크 관리의 개념이 없었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애경은 급격한 외형적 성장을 추구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가운데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

기초와 기본이 튼튼한 학생이 어려운 응용문제를 잘 풀 수 있고, 튼튼한 건물을 지으려면 완벽한 기초공사가 필요하듯 기업경영에서도 기업의 기초체력이 튼튼한 상태에서 성장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진행해야 탈이 나지 않는다. 최근 몇몇 대형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자기 덩치에 맞지 않는 기업을 인수한 곳 일부가 승자의 저주에 빠져 모기업까지 함께 어려워지는 경우를 봤다. 기업경영에서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벗어나는 과도한 욕심이 모든 불행의 시작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