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물길 굽이굽이 조선왕조 역사가 흐르죠”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3분


‘자원봉사 이야기꾼’ 해설에 지나가던 시민들 발길 멈춰

“청계천 광통교를 받치고 있는 이 돌은 원래 조선왕조 태종 이방원의 계모인 신덕왕후의 묘에 있던 석물들이죠. 왕권을 두고 자신과 갈등을 겪었던 계모 신덕왕후에 대한 미움을 떨치지 못했던 태종이 다리를 만드는 데 일부러 그 석물들을 가져다 사용한 겁니다.”

5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서 한 할아버지가 조선시대의 포도대장 차림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둘러싸여 신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고 있었다. 바로 청계천의 전기수(傳奇수·이야기꾼) 이정웅 할아버지(68). 한국어와 중국어를 섞어가며 열정적인 몸짓으로 이정웅 할아버지가 청계천에 얽힌 역사를 설명하자 관광객들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광통교의 구조와 돌 하나하나를 유심히 바라봤다. 휴일 산책을 즐기던 시민들도 하나둘 발걸음을 멈추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그는 은퇴 후 청계천이 복원된 2005년 청계천 역사해설 자원봉사자를 모집할 때 지원해 3년 반이 넘도록 청계천의 ‘역사해설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자원봉사자라 보수가 없지만 이 일을 계속해오고 있는 것은 순전히 보람 덕분이다. 그는 “원래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공부를 한 게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역사적인 장소를 모르고 지나칠 때 안타까웠다”며 “사람들이 설명을 듣고 ‘아 이런 것도 있었구나’ 할 때 뿌듯하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는 특히 청계천은 그냥 물 구경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태종과 신덕왕후의 뿌리 깊은 갈등이 담긴 광통교부터 단종과 그의 비 정순왕후의 눈물 어린 이별의 장소인 영도교까지 조선왕조에 얽힌 다양한 역사가 청계천을 따라 흐르고 있다는 것. 지금도 동료 전기수들과 더 재미있는 역사해설을 위해 토론도 하고 개인적으로 중국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다는 그는 청계천에 들르면 꼭 자신을 찾아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이정웅 할아버지를 비롯해 흥미 있는 역사 이야기로 청계천에 대한 이해를 돕는 전기수들은 청계천 광통교, 장통교, 오간수교, 영도교에서 매주 금, 토,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매시 정각에 만날 수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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