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도계 포청천 지귀준 씨“추성훈,격투기에 잘어울리는 선수”

  • 입력 2009년 2월 3일 02시 58분


유도 심판이라는 외길을 30여 년 동안 묵묵히 걸어온 사내가 있다. 공인 8단의 그는 비록 선수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올림픽 등 굵직한 대회에서 심판을 보며 명성을 쌓았다.

‘유도계의 포청천’ 지귀준(65·사진) 씨.

1970년대 중반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국제 심판 등을 하며 미국 유도계에 적지 않은 공로를 세웠다. 업적을 인정받은 그는 지난해 말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범미주유도연맹이 인정하는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는 “유도를 통해 인생을 배웠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 주려고 했을 뿐인데 상을 받아 쑥스럽다”고 말했다.

지 씨가 속한 범미주유도연맹은 1998년 발족됐다. 북미와 남미 대륙 45개 국가의 유도협회가 모인 국제유도단체로 2001년부터 선수, 코치, 심판 등 6개 분야로 나눠 명예의 전당 입회자를 선정하고 있다. 현재까지 회원은 30명 정도.

주한 미 8군에서 유도를 가르치던 지 씨는 1974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청소년들을 상대로 유도를 지도했다. 1978년 심판으로 전향한 그는 1991년 바르셀로나 대회 때부터 세계선수권 심판에 나섰고 1998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등에서 심판을 봤다.

그는 “국제 심판 초기에는 한인 심판에 대한 편견도 많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예전보다 한국 유도의 성적이 떨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3년 전 국제 심판의 정년(62세)을 넘긴 그는 지금도 유도 관련 행사 등을 찾아다니며 유도 저변 확대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풍부한 심판 경험이 있는 그는 한 일화도 소개했다.

“2003년 추성훈의 경기를 진행했는데 상당히 거만하게 행동해 당황했다”면서 “추성훈은 원래 종합격투기에 잘 어울리는 선수인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유도 인기가 예전만큼 높지 않은 것에 대해 고민도 많다.

“예전에는 유도는 절도와 규율을 중시하고 무조건 엄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미있게 유도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지선호(27·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4년) 정현태(26·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4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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