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등반 신기록 70년 美 85세 전설의 산악인

  • 입력 2008년 12월 19일 03시 00분


베키 씨, 인터넷에 ‘등반 파트너 구함’ 글 올려 화제

“여러분 안녕. 프레드 베키 씨가 12월 중에 스페인 북부로 원정 간다고 해요. 장기 원정이 될 것 같은데 같이 갈 파트너 한 명을 찾고 있어요.”

올가을 한 암벽 등반 커뮤니티 사이트에 뜬 이 짧은 글이 세계 산악계에 화제가 됐다.

베키 씨의 본명은 볼프강 파울 하인리히 베키(사진). 올해 85세로 세계에서 초등(가장 먼저 오르는 것)을 가장 많이 한 전설적 산악인이다.

독일계 미국인으로 시애틀에 사는 그는 13세 때 한 봉우리 단독 등정을 시작으로 등반가의 길을 걸은 이래 70년 이상을 왕성하게 활동해 왔다. 그는 알파인 스타일을 고집했는데 이 때문에 북미 산악계에서 배척받기도 했다. 알파인 등반의 핵심은 남이 가지 않은 곳,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봉우리의 높이보다 등반 난도에 더 가치를 두는 것.

젊은 시절엔 주로 북미 대륙 북쪽의 노스케이드 산맥을 헤집고 다녔는데 16세 때인 1939년 이 산맥의 데스페어 산(2223m)을 처음 올랐다. 등반 가이드북에 ‘오를 수 없다’고 쓰여 있던 산이다. 1954년엔 이 산맥의 북미 최고봉 매킨리(6194m) 새 루트를 개척했고 험하기로 악명 높은 헌터(4442m)와 데보라(3761m)를 초등했다. 1963년 한 해 동안 무려 26번 초등한 기록도 있다. 히말라야 8000m급 고봉도 몇 군데 올랐지만 세계의 미답봉들을 줄기차게 찾아다녔다.

그는 경영학석사 학위를 딴 지식인이었으나 등반 다닐 시간을 위해 배달 트럭을 몰 만큼 산에 미친 사람이었다. 그는 숱한 등반을 기록으로 남기는 데도 힘을 쏟았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그가 저술한 10여 권의 등반 관련 책은 등반기술 분석과 역사적 통찰, 지리적 연구와 경이로움이 혼합돼 있다”고 보도했다.

그에게 등반의 끝이란 없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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