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 관장을 지낸 서울대 국사학과 정옥자 교수가 31일 오전 11시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서울대의 정체성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이날 정년퇴임하는 교수들을 대표해 퇴임사를 발표한 정 교수는 “서울대가 똑똑한 인재를 사회에 많이 배출했고 한국 현대사에 큰 비중을 지니고 있다”면서도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게 된 건 서울대 출신이 누려 온 특권의 짙은 그림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군사정권의 독재에 저항했던 민주화 운동도 대학의 비판의식에서 비롯됐다”며 “대학은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갖되 정치와는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 교수와 함께 퇴임한 언론정보학과 차배근 교수는 “정부의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취재 접근권을 봉쇄했다”며 “언론 보도를 통제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미 쓴 기사를 보고 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쓰지를 못하게 하는 건 원천적인 봉쇄”라며 “언론학자로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2000∼2001년 제27대 한국언론학회 회장을 지낸 차 교수는 퇴임 이후 서양식 신문제도가 도입되기 전 한국의 전근대 언론사를 정리해 보고 4, 5권의 책을 펴낼 계획이다.
이날 정년퇴임한 교수는 정, 차 교수를 비롯해 오세영(국어국문학), 이명현(철학), 김홍우(정치학), 송문섭(통계학), 김성기(경영학), 이교일(기계항공공학), 권순국(조경시스템공학), 정진(농생명공학), 이홍식(수의학), 김민(기악), 신수정(기악), 김정자(국악), 김종선(의학), 이효표(의학), 허봉렬(의학), 김형국(환경계획학), 엄정문(치의학) 교수 등 19명이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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