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盜 조세형 15년만에 「자유인」 꿈꾼다

  • 입력 1998년 4월 10일 06시 43분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54)씨가 ‘자유인’을 꿈꾸고 있다.

82년 재벌 집에서 물방울 다이아몬드를, 부총리집에서 현금과 수표등을 훔친 뒤 붙잡혔다. 그리고 83년4월 2심 재판중 법원 구치감 창문을 통해 탈주를 시도했다.

그는 탈주후 1백15시간만에 경찰의 총탄을 맞고 검거돼 징역 15년에 보호감호 10년형을 선고받고 청송교도소에서 15년째 독방 수감생활을 해왔다. 바로 그 ‘대도’가 변호인인 엄상익(嚴相益)변호사를 통해 지난해 10월 서울지법에 재심청구를 한 사실이 9일 밝혀졌다.

조씨는 재심공판을 위해 지난달초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재심 첫공판은 22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다.

조씨의 재심청구 사유는 자신에게 적용된 옛 사회보호법 5조1항이 89년7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결정이 났다는 것. 문제의 규정은 ‘재범의 우려가 있는 범죄자를 일괄적으로 보호감호 10년’에 처하도록 했다. 조씨는 최근 청송교도소에서 징역 15년의 만기를 채우고 다시 보호감호 집행을 앞두고 있다.

조씨는 위헌결정이 나고 재심의 기회가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최근 교화차 찾아온 교회장로와 면회를 하면서 자신에 대한 변호를 부탁했으며 장로는 곧 아는 사람을 통해 엄변호사를 소개했다. 이후 조씨는 엄변호사를 통해 재심이 가능한 것을 알고 매달린 것.

엄변호사는 조씨가 대도에서 이제 대(大)신앙인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조씨가 “수감직후 처음에는 포승과 독방의 시멘트 담벼락이 나를 구속했고 이어 교도소 간부들의 편견이 나를 구속했으나 신앙이 나에게 들어온 후에는 이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엄변호사에 따르면 조씨는 무엇보다 83년 탈주사건의 진실을 말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그는 공무원 월급이 1만원일 때 모기업 회장 S씨의 집에서 50억원을 훔쳤는데 나중에 검거된 이후 수사기관에서 “파문이 클 것 같으니 훔친 액수를 줄여라, 그러면 구형량을 줄여주겠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따랐으나 나중에 무기형이 구형되는 것을 보고 배신감을 느껴 탈주하게 됐다는 얘기도 하더라는 것.

조씨는 고위 공직자와 부잣집만을 상대로 범행을 하면서 사람을 다치게 한 적은 없는 것으로 소문이 퍼졌다. 또 훔친 보석을 서울역의 걸인에게 나눠주기도 해 ‘의적’으로 불리기도 했다. 그는 그러나 탈주후 특수도주죄가 추가돼 절도범으로서는 사상 최고형을 선고받았으며 교도소 주변에서는 ‘한국의 빠삐용’으로 불려왔다.

조씨는 “재심청구가 기각되면 웃으면서 다시 청송으로 돌아가겠다. 그러나 이제 바뀐 세상에서 15년전의 진실을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고 엄변호사는 전했다.

〈이수형·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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