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남궁 견 경위]현장서 生마친 「동대문 捕盜王」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5분


남들 같으면 손자 재롱이나 볼 나이에 아들뻘되는 형사들과 함께 현장을 뛰던 「포도(捕盜)왕」 남궁견(南宮堅·60)경위. 부인 김옥분씨(58)는 늘 그랬듯 『출장간다』는 한마디 말을 남기고 훌쩍 떠났던 남편이 19일 밤 강도 용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오열했다. 61년 경찰에 투신, 36년 경찰 생활의 대부분을 힘들고 거칠어 모두가 기피한다는 강력계 형사로만 봉직했던 남궁경위는 그동안 대통령상 등 크고작은42개의 상을 받은 우리시대의 「포도왕」이었다. 이같은 공로로 경사와 경위를 특진으로 진급했으며 대부분 동대문경찰서 형사계에서 근무, 이 지역 터줏대감 강력반장으로 명성을 날렸다. 남궁경위는 평소 힘들고 거친 일은 부하를 시키는 일이 없이 자신이 직접 뛰며 해결해 온 우직한 강력반장이었다. 이날도 형사 2명과 함께 직접 광주로 내려가 용의자를 검거하던 중이었다. 그는 특히 95년 58세로 정년을 맞았으나 강력범 검거 능력을 인정받아 정년을 3년 연장, 명예로운 퇴임을 불과 7개월 앞둔 상태에서 변을 당해 더욱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동료 형사들은 『반장님은 자신이 검거해 구속시킨 조직폭력배 등이 수감된 뒤 그 가족들을 일일이 찾아 다니며 보살펴 폭력배 사이에서도 「의리있는 형님」으로 통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81세 된 노모에 대한 효성도 지극했다. 여동생 남궁영씨는 『어머니가 꾸중을 하면 지금도 무릎을 꿇고 빌 정도로 효성이 남달랐다』며 『노모가 충격을 받을까봐 아직 사고 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과 1남2녀. 고인의 빈소는 경찰병원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22일 오전10시. 〈이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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