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의료제품’, 한국이 주도권 쥐려면[기고/오유경]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3일 2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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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2022년 11월 선보인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는 인류에 새로운 충격을 줬다. 챗GPT는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려운 문제도 막힘없이 풀 수 있다. 그림을 그리고 음악도 만들어 낸다.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예술 창작의 영역까지 AI가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생성형 AI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정보를 생성할 수 있기에 가능해진 현실이다.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등 AI가 만드는 콘텐츠의 범위도 다양하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산업혁명 시대가 처음 열렸듯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류는 다시 새로운 전환점에 서게 됐다. 구(舊)시대가 막을 내리고 디지털·AI 기술의 신(新)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AI와 빅데이터 등 디지털 신기술이 접목되면서 최근 수면장애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가 허가됐다. 또 우울장애 개선 등 60여 개에 이르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유방암, 폐질환 등의 진단을 돕는 AI 기반 솔루션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런 시대 흐름에 맞춰 올 1월 국회와 함께 ‘디지털 의료제품법’을 제정했다. 기존의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에 적합한 법 체계로는 소프트웨어나 데이터, 네트워크 중심의 디지털 기술 혁신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선제적으로 준비한 것이다. 이 법의 제정으로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디지털 의료제품에 대한 국민의 치료 기회 접근성이 높아지게 됐다. 또 산업계는 선제적이고 예측 가능한 규제 환경에서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시장을 기반으로 세계로 나아가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일단 법적 체계는 마련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들은 있다. 예를 들어 피부암을 진단하는 AI가 특정 피부색을 지닌 그룹의 데이터만을 학습했다면 피부색이 다른 환자의 병변을 정확히 진단하기 어렵다. AI 기반 의료제품의 편향성이나 대량 데이터 학습에 따른 오류를 개선하는 등 신기술 제품이 출시되기까지 정부, 업계, 학계가 함께 소통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식약처는 그 소통의 출발점으로 이달 26∼29일 미국식품의약국(FDA)과 공동으로 ‘국제 AI 의료제품 규제 심포지엄(AIRIS 2024)’을 개최한다. 이 심포지엄에는 유럽연합(EU), 독일,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등 20여 개국 규제 당국과 업계 및 학계 전문가가 참여해 AI 활용 의료제품과 관련된 폭넓은 주제를 논의한다. 정부는 AIRIS 2024를 통해 글로벌 규제 강국인 미국과 어깨를 맞대고 이제 첫발을 떼는 AI 활용 의료제품 규제의 틀을 주도적으로 마련할 것이다.

현시대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라고 한다. 어쩌면 그 시대는 이미 와 있는지도 모른다.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현실에서 실현할 수 있는지는 지금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준비하는지에 달려 있다. 식약처는 변화의 변곡점을 넘어 한국이 디지털 의료제품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높이, 또 멀리 내다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


#ai 활용#의료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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