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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동아시론/배승민]마음 아픈 아이들 급증, 학교 ‘조기 상담체계’ 강화해야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 2024-02-12 23:42업데이트 2024-02-13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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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장애 10대, 4년 새 3만→5만7000명으로
중증 악화되기 전 치료 골든타임 놓치면 안 돼
‘위클래스’ 교사 처우 개선-전문성 강화 시급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우울장애 진단율은 계속 늘고 있다. 2017년에는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열 살 미만 아이가 1140명이었는데, 4년 뒤인 2021년에는 그 수가 70% 이상 증가하여 거의 2000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10대는 3만273명에서 약 2배인 5만7587명으로 증가했다. 여기에 늘어나고 있는 미성년자 자살률까지 고려하면 작금의 심각한 출산율을 논하기에 앞서 태어난 아이들마저도 병들거나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수치 외에 연이어 보도되는 학생들의 정신질환 관련 사건 사고 소식들만 봐도, 지금 우리 아이들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점은 자명하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에 대해서는 다방면의 분석과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겠지만, 여기서는 의학적 질병 관점에서 접근해 보고자 한다. 모든 병, 특히 정신의학적 질병은 예방과 조기 발견이 중요한데, 뇌가 발달 중인 아이들인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아이들을 오냐오냐 키우라는 말은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으나 살아 있는 존재인 이상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 다만 아이의 발달 수준에 비해 과도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도록 보호하고, 일상의 스트레스는 잘 다루는 법을 터득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보고 배울 대상인 어른들부터 먼저 마음 관리를 잘하여 건강한 상태인 것이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한 전제 조건일 것이다. 다만 어른들의 정신건강 관리까지 모두 다루기에는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우선 아이들이 조기에, 보다 더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의 상담 체계가 강화되어야 한다.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들 하지만, 많은 나라들처럼 우리나라도 아직은 대다수의 아이들이 상당 시간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내는 곳이 바로 학교다. 따라서 다수의 아이들에게 일관된 방향으로 접근하려면 학교를 통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교육부에서는 2009년부터 위기에 처한 학생들을 위해 위(Wee)클래스를 비롯하여 위센터, 위스쿨, 병원형 위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양적 체계는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과 부모들은 ‘상담받으면 다들 알고 수군거려요’, ‘밖에서 상담받고 싶어도 수업을 빠질 수가 없어요’, ‘상담 선생님이 자주 바뀌어요’ 등의 이유로 제도를 충분히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에서 실시하는 또 다른 제도인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역시 정확한 문제를 잘 찾아내지 못한다는 비판과, 반대로 작은 어려움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게 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검사는 정밀진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선별을 위해 실시하는 일차적인 간이 평가 방법이므로, 위의 비판들은 검사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하여 생긴 오해로 보인다. 이러한 선별에서 놓친 부분들은 교사 평가 및 부모 상담, 위(Wee)프로젝트 등을 통해 보완되어야 하는데, 문제는 보완 시스템이 부실하다 보니 선별 검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오해를 받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개선안은 위클래스 상담교사들의 처우 개선이 동반된, 전문성 강화 및 소진 방지 시스템의 구축이다. 이렇게 확보된 안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보다 쉽게, 초기에 상담을 받고, 질병이 의심되는 경우는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전문 학회와 협력하여 지역의 병원과 연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앞서 언급한 문제들로 인해 병원 치료는 고사하고 상담의 시작조차 쉽지 않다. 어렵게 결심해도 상담이나 진료를 위해 수업을 빠지는 것, 부모가 일을 잠시 멈추고 동행하는 것 등등 진행 단계마다 장애물이 존재한다. 사회적 인식을 통해 질병 결석, 진료 동행을 위한 가족의 근무 조정이 마땅히 보장되어야 하겠다.

“예전엔 그런 것 없이도 애들 잘 키웠다”는 말들은 당시의 영아 사망률을 망각하고, 그 어려운 시기에도 살아남은 자들의 생각일 뿐이다. 이미 쓰러져가는 아이들에게 정신만 차리면 된다는 어른들의 모진 채찍질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마음의 병은 나약해서 생긴 것이라는 편견이, 아픈 아이들이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어가며 서로를 죽고 죽이는 사회를 만들었다. 앞에서 살펴본 어려움들을 속히 개선하여, 개입과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정신건강이 중증으로 악화된 후에야 아이들이 병원에 실려 오는 안타까운 상황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미래를 희망한다.

동아시론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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