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태를 이해하려면 오픈AI의 특이한 지배구조를 알아야 한다. 오픈AI는 2015년 ‘인간 수준의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영리단체로 출발했다. 지분이 없는 6인 이사회가 모든 결정권을 갖는다. 챗GPT 개발이 외부 입김에 좌우되지 않도록 자본과 경영을 완전히 분리한 것이다. 초기 투자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나중에 130억 달러를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익은 배분받아도 경영에는 간여할 수 없다.
▷올트먼의 퇴출은 그와 함께 회사를 공동 창업한 수석과학자 일리야 수츠키버가 주도했다. ‘AI의 대부’ ‘딥 러닝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의 수제자로, AI의 급속한 개발이 인류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힌턴 교수 역시 올해 5월 “악의적인 이들이 나쁜 일을 위해 AI를 쓰는 것을 막기 어렵다”고 경고하면서 10여 년간 협력해온 구글과 인연을 끊었다. 퇴출을 주도한 이들의 눈엔 올트먼이 겉으로만 규제를 강조할 뿐 실제로는 AI의 위험을 경시하고 사업만 확장하려는 인물로 비친 모양이다.
▷그렇지만 38세 올트먼은 이미 AI 업계의 거인이 됐다. MS 측은 그가 MS에 합류해 새로운 AI 연구팀을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올트먼의 이적으로 종결되긴 했지만 이번 ‘오픈AI 내전’은 인류사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다. AI가 핵폭탄에 버금가는 위협요인이 될 것이란 세력과, AI를 활용해 미래의 주도권을 쥐려는 이들이 정면충돌한 ‘AI 윤리전쟁’이기 때문이다. 선두그룹 따라가기에 급급한 AI 후발국으로선 어느 쪽이 옳은지 판단하기조차 어려워 더 불안하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