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국회 묶인 ‘공급망법’… 위기 앞에 참 한가한 여의도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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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1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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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산업을 키우고 지원하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쌓여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 방안을 담은 ‘공급망 안정화 지원법’만 해도 지난해 10월 발의된 이후 여태껏 계류 상태다. 주요국들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 거세지는 상황임에도 대응을 위한 제도적 틀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포함해 미래 산업 등 분야의 주요 법안 17건이 평균 13개월이 넘도록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고 한다.

공급망 안정화법은 광물과 원자재 등 경제 안보 핵심 품목 관리를 총괄할 위원회 설치, 공급망 위기대응 매뉴얼 작성, 안정화기금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이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의 경우 핵심 광물과 부품의 안정적인 확보가 관건이라는 점에서 조속한 처리가 요구되는 법안이다. 그러나 위원회를 어디 산하에 둘지 등을 놓고 여야가 이견을 보이는 과정에서 심사 순위가 밀렸다.

그러는 사이 중국은 8월 갈륨과 게르마늄의 수출 통제에 나선 데 이어 지난달 흑연을 리스트에 추가했다. 최근에는 희토류 수출업자들에게 수출 정보 제출을 요구하며 통제 강화를 시사했다.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과 경제 보복, 맞보복의 신경전 속에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중 의존도가 80%가 넘는 핵심 광물들의 공급이 끊기면 최악의 경우 관련 분야의 산업 활동이 마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른 산업 관련 법안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기업들이 사내대학원을 설립해 인공지능(AI) 등 첨단 분야 인재를 직접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첨단산업 인재혁신 특별법’은 5월 발의 이후 아직까지 상임위에 묶여 있다.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도 유치 지역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논의가 하세월이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데다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입법적 지원이 절실한 분야들이란 점을 감안하면 안일한 속도다.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후속 세부절차를 밟아 실제 이행 효과를 보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대외적으로는 주요국들의 광물 확보전과 이를 위한 합종연횡 등이 숨가쁘게 진행 중이다. 여야가 이에 대응할 기본 판조차 깔아주지 않은 채 정치적 쟁점 법안만 놓고 티격태격할 여유가 없다는 말이다. 미래 먹거리를 키울 법안만큼은 제때 처리하는 게 국회의 기본 책무다.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공급망 안정화 지원법#계류 상태#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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