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R INSIGHT]‘불평등은 없다’는 관리자들의 착각을 깨는 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5일 2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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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내에서 사회적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동안 학계나 언론 등에서는 경영진이 주로 백인 남성 특권층에 속해 있거나 보수적인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높이는 조치에 부정적이라는 식으로 설명해 왔다. 하지만 대외적으로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관리자마저도 자신의 조직에 불평등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경우가 많다.

한 예로 2020년 넷플릭스의 포용성 담당 이사인 미셸 킹이 72명의 넷플릭스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대다수가 조직에서 모든 사람이 ‘동일한 기회, 직장 경험, 커리어 패스’를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필자들은 이처럼 관리자들이 조직 내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유가 바로 그들이 ‘관리자’라는 사실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관리자는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 자기 인식에 매우 중요하다. 스포츠 팬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에 유리한 판정이 좋은 판정이고, 불리한 판정은 나쁜 판정이라고 여기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이런 특성 때문에 관리자는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조직의 문제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자기 회사에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직장 내 불평등이 어느 정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묻는 질문에서 관리자는 비관리자보다 13%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자는 다양성에 대해서도 비관리자보다 19% 덜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성을 추진할 권한을 가진 관리자가 실제로는 이런 과제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관리자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첫째, 직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한 실험에서 관리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절반에게는 사무실에서 보내는 일반적인 하루를 묘사하고 절반에게는 불평등의 구체적인 사례를 떠올려 보라고 요청했다. 그런 다음 가상의 잉여 예산 중 일정 비율을 다양성 관련 과제에 할당하도록 요청했다. 불평등을 떠올리도록 요청받은 관리자들은 다양성 관련 과제에 30% 더 많은 예산을 할당하겠다고 답했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관리자에게 구체적인 불평등을 떠올리도록 요청해 직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세일즈포스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베니오프 또한 한 인터뷰에서 회사에 불평등이 존재하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나중에 경영진이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자 문제를 인정하고 성별에 따른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데이터 대시보드를 도입해 보상, 개발 기회, 승진, 성과 평가에서 불평등한 사례를 기록하기도 했다.

둘째, 다른 조직에 불평등이 존재하더라도 ‘우린 안 그렇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다른 실험에서 연구진은 ‘우린 안 그렇다’는 편견에 관한 연구를 설명하는 짧은 기사를 읽게 한 다음 직장 내 불평등을 설명하도록 했다. 그 결과 관리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직장 내 불평등을 10% 더 높게 평가한 반면 비관리자들은 3%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관리자에게 정기적으로 ‘우린 안 그렇다’는 편견을 인식하도록 하면 관리자가 다른 회사와 동일한 기준으로 상황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마지막 해결책은 ‘좋은’ 조직의 의미를 재정의하는 것이다. 관리자는 조직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신의 직장이 공평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이때 관리자가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이런 관점은 불평등에 맞서 일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도 불평등을 인정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여기서 해결책은 좋은 조직을 다르게 정의하는 것, 즉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식별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조직으로 정의해 보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관리자가 인식과 행동의 목표를 조직의 다양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맞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디지털 아티클 ‘관리자가 조직의 불평등을 부정하는 이유’ 원고를 요약한 것입니다.

마리암 코우차키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외 2명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불평등#긍정적 시각#좋은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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