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주의자에서 벗어나고 싶다면[지나영의 마음처방]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3일 23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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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자녀가 반장 선거에 나가겠다고 하면 부모는 걱정부터 든다. 우리는 실패하면 안 된다고 배우며 자랐다. 그렇다 보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자녀가 계속된 실패로 학습된 무기력에 빠지면 어쩌나 싶기도 하다. 그래서 자녀가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라면서도 막상 실패할 기회를 빼앗고 만다. 실패를 대하는 자세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반장 선거에 나가는 자녀를 둔 사례에선 “엄마 아빠는 다 안다. 그러니 우리 말을 들어라”보다는 “우리도 아직 배우고 성장한다. 실패를 통해서도 배울 수 있으니 도전해 보면 어떨까”라는 자세로 자녀를 대해야 한다. 실수 앞에 당당하고 그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는 태도는 자연스레 아이에게 전달된다.

실수와 실패는 많이 해도 된다고 권장해야 한다. 실수와 실패를 금하는 것은 성장을 막는 것과 같다. 일상에서 부모가 실수하는 순간을 공유하자. 새로운 놀이를 함께할 때는 “엄마도 처음이라 잘 모르는데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라고 하자. 그러면 언젠가부터 아이가 먼저 “사람은 원래 실수하는 거야. 다시 하면 되잖아”라고 할 것이다.

완벽주자들은 특히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이런 경우 걱정을 다루는 방법으로는 ‘역설적 의도’가 있다. 불안한 상황을 피하려고 애쓰기보다 역설적으로 더 많이 경험하겠다고 결심하는 것이다. 예컨대 무대 공포증이 있다면 ‘오늘 내가 얼마나 심하게 말을 더듬고 얼굴이 새빨개지는지 보여주겠어’라고 마음먹는 것이다.

우리가 불안을 느끼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증가한다. 그런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과잉 의도’ 상태가 되면 아드레날린 분비가 증가해 불안이 더 커진다. 그래서 역으로 ‘실수해야지’ 하며 집중도를 떨어뜨리면 문제가 개선된다.

실수도 경험이다. 실수가 허용되는 분위기에서 실수를 하고 자란 아이들은 단단한 회복탄력성을 보인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아이라면 종이 찢기, 낙서하기, 손도장 찍기 등 놀이를 해보자.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 자유롭게 찢고 그리는 행동을 통해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는 것을 배우면 실수가 꼭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좌절을 피하고 싶은 건 인간의 본성이다. 뭔가 하면 잘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의 이면엔 두려움이 있다. 과거 선사시대에는 실수가 생존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두려움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웬만한 상황은 괜찮다. 즐겁게 실수하고, 실수하면 ‘여기가 나의 또 다른 성장의 통로구나’라고 여기는 연습을 해보자.

※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020년 10월 유튜브 채널 ‘닥터지하고’를 개설해 정신건강 정보와 명상법 등을 소개하고 있다. 7월 기준 채널의 구독자 수는 약 19만명이다. 에세이 ‘마음이 흐르는 대로’와 육아서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나영 교수의 ‘완벽주의자를 위한 실수놀이 요법’(https://www.youtube.com/live/cWd6zSdTNAc?feature=share)

지나영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소아정신과 교수
#완벽주의자#실수#경험#인간의 본성#성장의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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