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일본에 앞선 것과 협력할 것[김인현의 바다와 배, 그리고 별]〈73〉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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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의 산코기센에 취업이 되었다. 세계 최대 선박 운항선사에 선원 송출을 나간 것이다. 각종 해운 관련 서적이 선박에 많았다. 나는 열심히 했고 선장까지 진급했다. 신조선을 인수하기 위해 한 달간 일본에 머물렀을 때 일본 조선소의 우수함을 느꼈다. 1980년대 일본의 소니 등 전자제품이 세계를 휩쓸 때 나도 이런 시류에 편승하여 일본제 카세트, 휴대용 카메라, 단파방송용 라디오를 구매했다. 그 당시 일본은 세계 최대의 조선국이요 해운국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도 굴지의 선박회사들이 생겨나서 선원들은 더 이상 일본 회사에 송출을 나가지 않고 우리 선박에 승선한다. 2000년부터 우리 조선은 세계 1위가 되었다. 더 이상 일제 카메라의 매력에 빠지지 않고 더 우수한 삼성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조선산업은 2020년대에 들어서 양적, 질적으로도 우리가 세계 1위다. 최근 들어 액화천연가스(LNG)와 같이 고부가가치 선박의 건조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우리가 앞서 나간다. 아직도 해운은 일본이 세계 1위지만 우리가 앞서는 분야가 생겨났다. 일본의 외항 상선대는 3500척으로 우리보다 3배 정도 규모가 크다. 그러나 고베 대지진 이후 일본 수출상품은 거의 모두가 부산항에 먼저 와서 대형 컨테이너에 실린 뒤 미국으로 나간다. 그 일본-한국 간 이동을 모두 우리 중소형 정기선사들이 수행하고 있다. 상품의 수출입에서 일본은 우리에 대한 의존도가 대단히 높아진 산업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에서 배워야 할 분야가 있다. 바로 산업끼리 서로 상부상조하는 자세다. 일본 조선산업이 일감 부족으로 어려워지자 산코기센은 1984년 120척을 발주했다. 은행으로부터 융자를 받고 여러 조선소에 건조를 맡겼다. 대형 조선소의 자회사가 선박 300척을 소유하여 일본 해운사에 싸게 빌려준다. 조선 경기가 나쁘면 자체 발주해서 조선소에 일감을 준다. 일본 조선해운산업이 우리보다 안정적인 이유이다.

우리가 일본과 상부상조할 분야도 있다. 일본은 임대업을 하는 선주사들이 1000여 척의 선박을 소유하고 있다. 운항을 위한 선원들이 필요하다. 우수한 선원 양성에서 앞선 우리가 일본 선주사에 선원을 공급해 줄 수 있다. 대형 유럽 정기선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중국에 먼저 기항하고 우리 부산항을 통과해버려 우리 화주들이 피해를 많이 보았다. 일본은 우리보다 2배의 컨테이너 선박이 있다. 비상시 우리는 부족한 컨테이너 선박의 공급을 일본으로부터 받도록 해야 한다. 한진해운이 파산하면서 미주와 유럽에 구축해 두었던 컨테이너 터미널을 잃었다. 일본이 가지는 외국 터미널을 우리가 공유하면서 하역 작업을 안정화시켜 운송 안보 체제를 확립해야 한다. 우리는 그 대신 일본 수출입 화물의 부산항에서의 안정적인 입항 및 출항을 일본에 제공할 수 있다.

지난 30년간 우리는 일본 조선을 이겼고 해운에서 앞선 분야를 가지게 되었다. 일본 선박에 선원 송출을 나갔던 사람으로서 큰 보람이요 감격스러운 일이다. 해운 분야에서 일본과 상호 협력하여 우리가 더 큰 실리를 취하고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했으면 한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선장
#일본#앞선 것#협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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