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출산율 하락에 놀란 日中 “난자를 냉동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5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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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일제히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병 위기로 출산율이 하락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회원국 중 미국 영국 독일을 포함한 27개국의 출산율이 올랐다. 일하느라 임신을 미뤘던 여성들이 재택근무에 힘입어 출산에 나선 덕분이다. 반면 대표적인 저출산 국가인 한중일의 출산율은 더 떨어졌다. 다급해진 일본과 중국이 동시에 꺼내든 대책이 ‘난자 냉동’이다.

▷일본은 저출산 극복에 연간 105조 원을 넘게 쓰고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27명으로 하락하자 비상이 걸렸다. 도쿄도는 난자 동결 시술을 받는 여성에게 보조금 30만 엔(약 29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올해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출산율이 1.18명으로 집계된 중국에서도 온갖 제안이 나오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난자 냉동이다. 중국은 미혼 남성의 정자 냉동은 가능하지만 미혼 여성의 난자 냉동을 포함한 불임시술은 불법이다. 이참에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난자 동결은 허용하자는 것이다.

▷여성은 생식 기간 동안 400∼500개 난자가 배란된다. 이 중 일부를 채취·동결한 후 질소탱크에 보관했다 해동해 쓰는 기술이 1980년대 개발됐다. 원래 항암치료 등을 앞둔 환자들이 불임에 대비해 얼려두었는데 요즘은 일하는 여성들이 미래 출산을 위해 시술받는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에 따르면 출산 성공률은 약 39%, 난자 채취 당시 38세 이하이면서 동결 난자가 20개 이상이면 성공률이 70%까지 높아진다. 냉동 보관 연한은 따로 없다. 국내에선 백혈병 환자가 9년간 냉동 보관한 난자로 2011년 출산한 사례가 있다.

▷난자 채취부터 보관까지 한국은 300만∼350만 원, 미국은 1만 달러(약 1300만 원) 넘게 든다. 비용 부담이 커 고소득 여성들이 주로 활용한다. 코로나 시기 선진국에선 출산 붐과 함께 난자 냉동 붐이 일었다. 미국은 냉동용 난자 채취량이 코로나 이전보다 40% 늘었다는 통계도 있다. 재택근무로 상담과 시술을 받기가 쉬워진 덕분이다. 출산율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배경엔 냉동 난자의 증가도 있다.

▷한중일 3국도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늘었는데 출산 붐이 일지 않은 이유가 뭘까. 한국은 남편의 재택근무에 아이까지 재택수업을 하면서 ‘독박 육아’ 부담이 오히려 커졌다. 일본의 독박 육아인 ‘완오페(원 오퍼레이션) 육아’도 마찬가지다. 중국에선 남성의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곳이 드물다. 서구가 동아시아의 ‘유교 문화’라고 지목한 성별 가사와 돌봄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난자를 얼려둔 여성도 쉽게 해동할 엄두를 못 낼 것 같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출산율 하락#난자#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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