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가 도를 넘은 ‘윤심(尹心) 개입’ 논란으로 막장 양상을 보이고 있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김기현-안철수 후보가 “윤심은 내게 있다”며 볼썽사나운 윤심 마케팅 경쟁을 벌이더니 최근엔 안 후보 지지율이 역전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친윤 진영이 안 후보를 향해 “가짜 윤심팔이” “사기” 등 집단 공격에 나서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윤핵관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은 어제 “대통령 인사와 국정 수행에 태클 걸던 분”이라며 안 의원에 대한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인수위원장 시절) 24시간 가출과 잠적에 (윤석열 대통령이) 굉장히 분개했다” “대통령은 (안 의원과) 밥도 차도 안 마셨다” “자기 이익 없이 단일화를 했겠느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들이 대놓고 윤심을 대변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대통령실까지 윤심 논란에 뛰어들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고위 참모들이 언론을 통해 “안 의원은 윤심이 실린 후보라고 볼 수 없다” 등 전대에 영향을 주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전대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며 ‘중립’ 의지를 밝힌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이 무색할 정도다.
앞서 친윤 진영은 100% 당원 투표와 결선 투표로 당 대표를 뽑도록 당헌을 개정해 논란을 빚었다. 당심에선 밀리지만 ‘민심 1위’였던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를 견제하는 걸로 비친 것이다. 이어 ‘당심 1위’를 보이던 나경원 전 의원이 사퇴 압박 속에 전대 출마를 포기했다. 그러다 이번엔 유 전 의원 불출마 선언 후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현재 1위’로 올라서자 집중 견제에 돌입한 것이다. 물론 적극 지지층만 놓고 보면 김 후보가 안 후보를 많이 앞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국정 운영의 손발을 맞추고 내년 총선을 지휘할 여당 대표가 누가 되는지는 대통령에게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지금 모습은 정상이 아니다. 민심과 당심의 역풍을 부르고, 전대 이후 당의 분열을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대통령은 확실하게 중립 의지를 밝혀 윤심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후보들도 각자의 비전을 갖고 겨루는 집권당 전대다운 승부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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