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정부 부도위기… 빚 무서운 줄 모르면 어디든 예외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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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의 연방정부가 국가부도 위기에 맞닥뜨렸다. 정부의 빚이 의회가 정한 부채한도 31조3810억 달러를 넘어서자 미국 재무부는 국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를 피하기 위해 우선 급하지 않은 예산 지출을 삭감하는 비상조치를 시작했다.

미국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빚을 늘릴 수 있는 상한을 의회가 법률로 정한다. 상한을 늘려 달라고 정부가 요청하면 의회가 법을 고쳐 증액해주는 일이 반복돼 왔다. 하지만 작년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된 공화당은 조 바이든 정부의 과도한 씀씀이를 문제 삼아 증액 대신 지출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공무원 퇴직기금에 대한 지출 유예 등의 조치로 버티기 시작했지만 지금대로 가면 6월 이후 재정이 고갈돼 디폴트가 현실화된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전에도 부채한도를 놓고 맞선 적이 있지만 이번 갈등은 특히 심각하다. 코로나19 발생 후 미국 정부가 빚을 내 돈을 풀면서 100%대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지금은 120%대로 치솟았다. 재정 지출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동성 공급 등이 겹쳐 미국 물가는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돈을 빨아들이기 위해 연준이 작년에 급격히 긴축으로 돌아서면서 이젠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미국이 처한 상황은 나랏빚 증가에 경계심이 없는 ‘돈 풀기’ 정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반면교사다. 한국 정치권은 2020년 초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후 여야 가릴 것 없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돈을 푸는 일에 앞장서 왔다. 그 결과 2017년 36%였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작년 50%에 육박했다. 더욱이 한국은 부채 비율이 올라도 국가신용등급 등에 타격이 작은 미국과 같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작년에 세금이 50조 원 이상 더 걷혔는데도 과도한 지출 확대로 100조 원 이상 재정적자가 나면서 한국의 국가채무는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섰다. 올해는 수출과 내수, 부동산·증시가 동시에 위축돼 세수가 펑크 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소화하고, 여야는 선심 경쟁 대신 나랏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미국#국가부도#비상조치#예산 지출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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