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팻 메시니는 작곡가 리처드 나일스와의 대담집 ‘팻 메시니’에서 많은 음악가들이 더 좋은 악기를 가질 수 있다면, 더 유명한 사람과 연주할 수 있다면, 더 상황이 좋은 도시로 갈 수 있다면, 유명 프로듀서와 계약을 할 수 있다면 등의 ‘특정 조건’을 기다리며 정작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일들을 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보통은 지금의 현실과 음악가로 변신하고 싶어 하는 그 중간에 그냥 멈춰 있는 거죠.”(108쪽)
플라이슈와 메시니의 말은 비슷한 지점을 짚어내고 있고, 최근 내 머릿속을 계속 맴돌고 있다. 우리 역시 ‘특정 조건’이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리며 그냥 현재 모습에 멈춰서 있는지 모른다. 승진이 된다면, 누군가 나를 밀어준다면, 새로운 프로젝트나 더 나은 회사에서 기회가 생긴다면….
이제 플라이슈가 제시하는 연습을 연말을 맞아 같이 해보면 어떨까? 종이에 직선을 하나 그린다. 한쪽 끝에는 2022년 12월을 적고 또 다른 끝을 나의 죽음이라고 적는다. 그 사이에 내가 바라는 가장 중요한 경험과 목표들을 적어본다. 그중에는 내가 배우고 성장하고 싶은 분야도 있을 것이다. 플라이슈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어떤 실수를 할 수 있을까?”(261쪽)
2022년을 돌아보면 자신의 실수 앞에서 마음이 불편한 경우는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것을 지워버리고 싶은 경험이라기보다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2023년에도 무언가 실수를 할 것이다. 지금 내년에 내가 성장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실수들을 미리 생각해보면 어떨까? 실수를 피하려고만 하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배우거나 성장하지 못한다. 삶에서 실수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우리는 무엇인가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도 하고, 그냥 현재에 멈춰 있을 수도 있다.
얼마 전 북클럽 트레바리에서 회원들과 함께 다음의 질문을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첫째, 2023년 12월 나는 어떤 상태이기를 바라는가? 일, 삶, 건강, 관계 등의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자. 그런 상황에 있는 나를 상상해볼 때 어떤 장면이 그려지는가? 둘째, 2022년 12월의 나의 모습과는 어떤 차이가 있고, 2023년 12월 내가 바라는 성장과 성취를 했다는 것을 어떤 기준으로 알 수 있는가? 셋째, 2023년 12월까지 내가 원하는 성장과 변화는 내 삶의 보다 큰 목표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2023년 12월에 돌아보니 바람직한 변화를 만들기 위해 2022년 12월 내가 작은 변화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작은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이미 기업들은 2023년 12월에 자신들이 어떤 상태가 되길 원하는지 세밀한 계획들을 다 세우고 준비를 하고 있다. 고객과 상사를 위해서만 계획을 세우고 시도하지 말고, 더 중요한 나의 삶을 위해 저물어 가는 12월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그리고 새해를 기다리기보다 이번 달에 작은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