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가장 빠르게 늙어가고 있지만 노후 대비는 부실해 가난한 노후를 맞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은 고갈 직전이고,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사적연금도 쥐꼬리 수익률로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고령화는 노인에게도, 부양 부담을 지는 청년에게도 모두 재앙이 되리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층은 전체 인구의 17.5%인 901만8000명이다. 3년 후엔 고령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하지만 ‘노후 준비가 잘돼 있다’고 자신하는 가구가 9%도 안 된다. 다른 선진국 노인들은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누리는 반면 한국 노인들은 70세가 넘어서까지 생업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은 소득대체율이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51.8%)보다 현저히 낮다. 이마저도 2055년경에는 적립금이 바닥난다. 소득 하위 노인 70%는 매달 30만 원씩 기초연금을 받지만 빈곤 개선 효과는 7%도 안 된다. 폭넓게 지원하다 보니 빈곤선 바로 아래에 있는 노인을 제외한 취약 노인들이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청년들은 이만한 혜택마저 누리지 못할까 불안하다. 2007년 이후 연금개혁을 방치하는 동안 보험료를 낼 출생아 수는 반으로 줄고, 받을 고령층은 2배가 됐다. 기금이 고갈되면 미래세대가 30%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1990년대생부터는 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국회에는 기초연금을 40만 원으로 올려 전체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법안까지 계류 중이다. 지급액을 10만 원 올리는 것만으로도 2040년엔 연간 지출액이 100조 원으로 5배 폭증해 연금제도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해외 선진국 노년이 안정된 이유는 노후 보장과 재정 안정성이 균형을 이루도록 지속적으로 연금을 개혁하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점진적인 연금개혁을 해온 일본은 올 4월에도 수령 개시 나이를 늘려 잡고 최근엔 납부 기간 5년 연장을 추진 중이다. 한국은 선거 부담이 없는 내년 상반기를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연금개혁에 임해야 한다. 고비용 저효율인 기초연금도 취약 노인에게 혜택이 집중되도록 손봐야 한다. 공적연금을 보완할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제도를 키우고, 올 3분기 ―7%까지 추락한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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