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주짓수를 할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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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캐프너 교수가 주짓수 연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본 자세를 취했다.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부상으로 양쪽 무릎 
연골이 다 닳았지만 주 2, 3회 주짓수를 즐기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스티븐 캐프너 교수가 주짓수 연습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본 자세를 취했다.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인 그는 부상으로 양쪽 무릎 연골이 다 닳았지만 주 2, 3회 주짓수를 즐기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양종구 기자
양종구 기자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스티븐 캐프너 서울여대 영문과 교수(63)는 부상으로 양쪽 무릎 수술을 5번씩 받아 연골이 다 닳았지만 요즘도 주 2, 3회 주짓수를 격렬하게 해 땀을 흘려야 사는 맛을 느낀다. 20여 년 전 주짓수를 익혔고 태권도 발차기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주짓수로 건강을 다지고 있다.

“1999년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다 한국에 잠시 온 존 프랭클이란 친구로부터 주짓수를 전수받았어요. 저는 태권도와 유도를 다 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쉽게 배울 수 있었죠. 연세대에 주짓수 동아리를 만들었고 소문을 듣고 찾아온 10여 명이 함께 배웠죠. 그게 한국 주짓수의 시작입니다.”

당시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던 캐프너 교수는 이화여대 체육관에서 태권도 동아리를 이끌고 있었다. 한국 태권도 국가대표 등 엘리트 선수 출신도 있었다. 축구와 야구, 등산 동아리는 많았지만 격투기 동아리는 없던 때였다. 미국에선 모든 종목 엘리트 선수들이 생활 스포츠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데 한국에선 특정 종목 외에는 잘 안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만든 동아리였다. 주짓수 동아리도 태권도 동아리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분파가 만들어져 전국으로 퍼지게 됐다.

“주짓수는 굳이 무릎을 많이 쓰지 않고 누워서도 다양한 기술을 발휘할 수 있어요. 주짓수는 상대를 바닥으로 유도해 조르기, 누르기, 비틀기, 뒤집기, 꺾기, 압박, 점유 등 다양한 기술로 제압하는 무술이죠. 앉아서 하는 기술도 있어요. 그렇다 보니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아요. 1시간 30분씩 주 3회 땀 흘리면 온갖 스트레스를 날리며 건강도 챙길 수 있죠. 함께 운동한 회원들과 돼지갈비에 소주 한잔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으로 유명한 미국 몬태나주 출신인 캐프너 교수는 리샤오룽(李小龍) 영화에 푹 빠지면서 14세 때부터 태권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중국의 쿵후, 일본의 가라테, 한국의 태권도를 비교해 봤다. 화려한 발 기술에 묘미가 있는 리샤오룽 영화에 가장 가까운 무술은 태권도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몬태나주립대 체육학과에 진학해 계속 태권도를 익힌 그는 미국 국가대표가 돼 1987년 세계선수권대회 라이트급 3위, 1987년 미국선수권대회 라이트급 1위를 했다.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 용사인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준비하러 1987년 한국에 전지훈련을 오면서 한국과 인연을 계속 이어오게 됐다. 무릎 부상으로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한국 태권도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1989년부터 세계태권도연맹(WT)에서 일하며 한국에 정착한 것이다.

WT에서 국제심판 교육과 영문 잡지 발행을 도운 그는 1991년 서울대 체육교육과 석사 과정에 입학했고 1998년 태권도에 담긴 철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문학에도 빠진 그는 연세대에서 근현대소설로 국문학 박사학위도 받았다. 한국 사람이 다 된 것이다. 한국 이름도 있다. 서태부(西跆夫). ‘서양 사람으로 태권도를 하는 사나이’란 뜻이다. 태권도로 오래전부터 인연을 이어온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 회장(65)이 이름 ‘스티븐’과 비슷하게 지어줬다.

한국에서 다양한 공부를 하면서도 태권도 즐기기를 멈추지 않았던 캐프너 교수는 2002년부터는 주짓수에 집중하고 있다. 주짓수 하나만으로 근력과 유연성, 심폐지구력까지 키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주짓수 4단, 태권도 8단, 유도 1단 등 총 13단의 무술 고수다.

“솔직히 무릎 연골이 없어 다리가 약간 휘기도 했죠. 하지만 무릎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운동을 찾아 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움직여 땀을 흘려야 합니다. 그래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캐프너 교수는 한국에서 30년 넘게 살면서 학생들이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뛰어놀지 못하고 공부에 매달려야 하는 환경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선 어릴 때 뛰어노는 게 일이다. 학교에 가면 자연스럽게 야구와 농구, 미식축구,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도 접한다. 내 고향 몬태나가 스키 명소로 유명해 어릴 때부터 스키도 탔다. 그런 좋은 경험이 아직도 날 계속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주짓수#스티븐 캐프너 교수#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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