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코로나19 지나간 고용시장, 내년 찬 바람에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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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박희창 경제부 기자
오랜만에 찾은 서울 중구 명동의 오래된 맛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처럼 활기찼다. 가게 밖으로 늘어선 줄 옆에는 종업원 한 명이 손님들을 안내했다. 또 다른 직원은 주문을 받는 동시에 계산까지 마쳤다. 자리에 앉자 5분도 안 돼 음식이 나왔다. 수십 년간 쌓인 시스템의 흔적이 묻어났다.

낯선 것도 눈에 띄었다. 음식을 주고 돌아가는 직원의 발밑에는 ‘로봇이 다니는 길’이라는 글자와 함께 선들이 여러 갈래로 나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지나온 입구 앞에는 무인 주문기(키오스크)도 여러 대 놓여 있었다. 50년 넘게 이어진 전통은 새로운 시작을 준비 중이었다.

코로나19 속 고용시장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해 2분기(4∼6월)부터 올해 3분기(7∼9월)까지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2% 넘는 증가율을 이어왔다. 3분기 고용률도 62.8%로 1년 전보다 1.5%포인트 높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 둔화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과거 위기 때와 달리 고용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일 내놓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숙박·음식, 도소매업의 고용률 기여도는 ―2.05%포인트였다. 해당 업종들이 전체 고용률을 2%포인트 넘게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이를 상쇄한 건 코로나19 대응과 적응 과정에서 일자리가 늘어난 업종들이었다. 보건·복지업과 음식 배달이 포함되는 운수·창고업이 고용률을 2.49%포인트 상승시켰다.

고용시장은 내년에 빠르게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내년 고용탄성치가 0.24로 급락할 것으로 추산했다. 고용탄성치는 국내총생산(GDP)이 1% 증가할 때 고용이 얼마나 늘어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고용탄성치가 1.04로 1963년 이후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내년 취업자 증가율이 전년 대비 0.3%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연간 전망치보다 2.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벌써부터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신규 채용 중단에 나섰다. 아마존은 최근 직원들에게 “신규 고용을 중단한다”고 통보했고, 애플도 연구개발(R&D)을 제외한 모든 부서의 채용을 내년 9월까지 중단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곧 감원을 시작할 예정이다.

9월 한국 경제는 올 들어 세 번째로 생산과 소비, 투자가 모두 뒷걸음치는 ‘트리플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면 실업은 증가한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숙박·음식, 도소매업을 비롯한 대면 서비스업은 이미 키오스크 등이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며 고용 부진이 굳어졌다. 직업을 잃었거나 곧 고용시장에서 밀려날 이들을 위해 정부가 어떠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미리 짚어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이웃들의 삶을 안전하게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

―세종에서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코로나19#고용시장#내년 찬 바람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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