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퇴소 청년들의 위기[기고/권태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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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양육 시설에서 퇴소한 청년들이 연이어 생명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소식에 가슴이 무겁다. 관련 제도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가는 소외된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역시 국민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대상 아동을 보호해야 하는 법적 근거, 아동 복지 현장 일선에서 접한 아이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아 네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보호 대상 아동의 생애주기별 지원 계획을 촘촘히 마련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양육시설에서 퇴소한 청년의 비극은 퇴소 이후 국가와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으로 끝나서는 절대 안 된다. 보호 대상 아동이 되는 순간부터 자립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자. 시험을 위해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것, 그리고 계획을 수립하고 준비를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보호 대상 아동의 자립은 절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둘째, 아이들에게는 자립을 위한 지지 체계가 필요하다.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은 그 순간부터 온전히 스스로의 힘과 결정으로 앞으로의 삶을 꾸려 나가야 한다. 이번에 운명을 달리한 청년 또한 보육원 퇴소 후 독립에 대한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이들이 18세가 되면 자립 시기라는 이유로 공적 보호 체계에서 밀어내고 있다. 가정에서 아이들의 자립 시기에 맞춰 아이들을 가정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셋째, 현실적인 경제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 국가의 자립 정착금 500만 원(지방자치단체의 추가 지원이 있는 경우도 있음)과 주거 공간만을 제공받아 어린 청년들이 제대로 자립할 수 있을지 우리 사회는 자문해야 한다. 국가 예산의 한계로 지원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보호 종료 아동 지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연이어 발생한 비극적인 일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호 대상 아동 및 보호 종료 아동들을 위한 법과 제도, 서비스 기관이 존재하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 청년들의 연이은 극단적인 선택을 막지는 못했다. 해당 사건들에 대한 꼼꼼한 조사를 통해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찾아 현장에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얼마 전 보호 대상 아동 사업을 진행하며 전문가와 만났다. 아동이 가정에서 분리되어 생활하는 것은 너무나도 생경한 경험이라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다. 사회 초년병에게 필요한 것은 독립(獨立)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동감(同感)과 동립(同立)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의 법과 정책, 그리고 현장의 서비스가 작동되기를 희망한다.



권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기획팀장
#보육원 퇴소#청년#보호 대상 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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