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102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조 원 늘었다고 기획재정부가 어제 밝혔다. 올 3월 국회예산정책처가 연간 재정수지 적자액을 110조8000억 원으로 예상했지만 반년 만에 이미 100조 원을 넘어선 것이다. 상반기 법인세 등이 늘면서 총수입이 36조 원 증가했지만 총지출이 이보다 훨씬 많은 64조 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전체 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미래에 쓸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당해연도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재정적자가 급증한 데는 5월 말 편성된 62조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의 영향이 컸다. 당시 기재부는 올해 세수 예상 규모를 50조 원 이상 늘린 뒤 걷히지도 않은 세금을 근거로 ‘가불 추경’을 했다. 이후 6월까지 2차 추경 사업비 38조 원 중 32조 원이 집중 집행됐다. 세수에 비해 지출이 더 빨리 늘면서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100조 원대에서 고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나라 곳간이 비는 줄도 모르고 여야 정치권이 서로 돈 풀기에만 매달린 결과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15일 내년 본예산을 올해 총지출보다 줄이기로 한 데 이어 어제는 재정총량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내년에 긴축 기조로 본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면서도 올해 본예산이 아닌 2번의 추경이 포함된 연간 총지출을 비교 기준으로 삼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재정은 통상 연도별 본예산끼리 비교해 판단한다. 일반적이지 않은 잣대로 말로만 긴축을 부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건전재정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하는 국가경영 원칙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한국의 경우 적자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고령화로 재정이 더 압박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재정을 대거 풀면 성장은 이뤄지지 않고 물가만 자극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으로 기존 사업을 줄이고 새로운 사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요란한 구호만으로는 국가 경제 최후의 보루인 재정을 지킬 수 없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