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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보건복지부 장관은 ‘비워둬도 되는’ 자리인가[광화문에서/유근형]

입력 2022-08-06 03:00업데이트 2022-08-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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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장관 없어도 잘 굴러가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석 달 가까이 수장이 공석인 보건복지부를 두고 여권 안팎에선 이 같은 말들이 들려온다. 언뜻 ‘장관 공백을 관료들이 잘 막아준다’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복지 장관이 그렇게 중요한 자리는 아니다’라는 뉘앙스가 더 강하게 풍긴다. 두 차례 인사 참사 끝에 적임자를 못 찾는 상황을 애써 포장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전 부처 중 가장 많은 예산(기금 합산 2022년 약 97조 원)을 집행하는 복지부는 ‘선장 없는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6일 기준으로 전 정부에서 임명된 권덕철 전 장관이 떠난 지 82일째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다.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는데 정작 전장을 지휘할 장수가 없는 것이다.

공백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호영, 김승희 두 장관 후보자의 인사 참사가 이어지면서 “세 번째 낙마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치면서 설익은 장관 지명으로 화를 자초해선 안 된다는 기류도 강하다. “장관의 자질보다는 ‘문제없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두 번째 후보자 낙마 후 거론된 인사들은 검증 과정에서 대부분 문제가 생겨 최종 낙점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안팎에서조차 “정말 사람이 없다” “보건복지계 인사를 키우는 데 우리가 무심했다”는 자조론이 나올 정도다. 다시 후보군을 추리고 지명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임명까지는 한 달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복지 수장의 부재는 이미 국민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관 부재 속 보건의료와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1급(실장) 인사가 지체돼 정책 공백이 상당하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는 지체되고, 기초연금 40만 원 인상은 연금개혁과 연동돼 사실상 집권 초반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저출산 정책을 지원할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구성조차 안 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된 ‘만 5세 입학’도 어린이집을 담당하는 복지부 장관이 반대 여론을 강하게 전달했다면 이렇게까지 졸속으로 발표될 수 있었겠냐는 말이 나온다.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내부 승진 카드라도 써서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래서 나온다.

대한민국 복지의 역사를 보면 역대 보수 정부가 이룬 성과가 적지 않다. 노태우 정부는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완성했고, 국민연금을 출범시켰다. 김영삼 정부는 고용보험을 도입했다. 박근혜 정부는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드라이브로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장관뿐 아니라 대표 복지정책도 잘 보이지 않는다. ‘복지는 진보의 전유물’이라 치부하며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서둘러 장관을 지명하고 트레이드마크가 될 복지정책 발굴에 좀 더 천착해야 하는 이유다. 보수 정부가 선제적 복지정책을 폈을 때 좀 더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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