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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유(윤종)튜브]북유럽 3국 대표 오페라극장 ‘직관’해보니

입력 2022-06-07 03:00업데이트 2022-06-07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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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문화전문기자
늦은 5월의 두 주간을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 4국에서 보냈다. 노르웨이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빙하가 깎아낸 대자연의 장관 피오르(빙하협곡)에 취했고,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 소식을 직접 현장에서 전할 수 있었다. 이들 못지않게 깊은 여운을 남긴 것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3국을 대표하는 이들 나라의 국립 또는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오페라를 감상한 일이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왕립 덴마크 오페라는 1784년 설립되었다. 2004년 최신 시설의 새 오페라하우스를 건립해 이전했다. 코펜하겐 중심부의 바다를 면하고 있는 이 극장은 베이지색 석회암 외벽과 거대한 지붕을 가진 신미래주의 양식의 건물이다. 극장 자체가 바다에 떠 있는 하나의 섬처럼 보인다.

5월 20일 이 극장에서 영국 연출가 존 풀제임스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돈 후안)를 관람했다. 전설적인 난봉꾼의 이야기를 오늘날의 호텔을 무대로 재해석한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주인공 돈조반니의 하인 레포렐로 역에는 한국인 베이스바리톤 고경일이 출연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허리 통증을 안고 연기했다고 공연 뒤에 기자에게 말했지만 윤기 있는 음성과 넉넉한 음량, 재치 넘치는 연기로 주인공 돈 조반니 역 옌스 쇠네르고르에 못지않은 갈채를 받았다.

5월 26일에는 노르웨이의 국립 오슬로 오페라하우스에서 비제 오페라 ‘카르멘’을 감상했다. 2008년 건립된 최신의 오페라 무대다. 외부 벽면이 흰색 대리석으로 덮여 있으며 물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환상을 제공한다. 특히 이곳을 찾은 누구나 완만한 건물 지붕으로 걸어 올라가 오슬로와 바다의 확 트인 전망을 즐길 수 있는 옥상광장은 그 자체로 오슬로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카르멘의 나라 스페인 출신의 연출가 칼릭스토 비에이토는 1960년대 프랑코 정권하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집시 여인의 자유분방한 사랑을 풀어 나갔다.

2004년 최신 시설의 새 건물로 이전한 덴마크 코펜하겐의 왕립 덴마크 오페라 내부. 영국 연출가 존 풀제임스가 연출한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감상을 위해 관람객들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코펜하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다음 날인 27일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의 왕립 오페라극장에서 베르디 ‘아이다’를 관람했다. 스톡홀름에는 1773년 처음 왕립 오페라극장이 설립되었고 지금의 오페라극장은 1899년에 세워졌다. 웅장한 금빛 로비와 우아한 대리석 계단이 있는 장엄한 신고전주의 양식의 극장이다. 앞서 본 21세기의 두 극장과는 좋은 대비가 되었다.

캐나다 출신 연출가 마이클 캐버나는 고대 이집트가 배경인 이 드라마의 시대 구분을 지웠다. 신전을 연상시키는 배경과 현대식 소총을 든 군인이 나란히 무대에 등장했다. 2막의 개선행진곡에 이어지는 발레는 현대전의 참상을 묘사하는 장면들로 대치됐고 전쟁 영웅인 라다메스는 전쟁의 비인도성에 고뇌하는 주인공으로 그려졌다.

원작에 대한 연출가의 현대적 재해석 외에도 세 공연에는 눈에 띄는 공통점들이 있었다. 세 작품 모두 지휘자가 여성이었다. 우연일 수 있지만 세계 특히 유럽 무대에서 여성 지휘자들의 약진을 증명하는 것으로 보였다. 세계적 지명도를 자랑하는 대형 가수의 출연은 없었지만 가수들 사이의 앙상블은 빈틈없이 정밀했다. 5월 말은 유럽 오페라극장마다 시즌이 문을 닫기 직전이어서 그동안 쌓인 공연의 호흡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결과였다.

세 나라 수도 모두 오페라로 세계에 이름난 곳은 아니다. 그러나 이 오페라극장들은 그 자체로 관광 명소이자 수도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중요한 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당연히 이 극장들은 여름 휴가철을 제외하고 가을에 시작돼 늦은 봄에 끝나는 시즌제 제작 극장으로 운영된다. 극장 자체가 오페라단이며 일 년 내내 수많은 작품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시즌제 제작 극장으로 운영되는 오페라극장은 대구 오페라하우스 단 한 곳뿐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부산오페라하우스가 2024년 건립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시즌제 여부는커녕 운영 주체마저 정해지지 못하고 있다.

오페라는 아직 한국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은 외래문화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오페라 가수들은 유럽의 콩쿠르와 극장들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의 위상과 그들의 고국에서 오페라가 갖는 위상을 비교하면 그 차이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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