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패권시대, 행정체계 변해야[기고/김상선]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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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선 단국대 초빙교수·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김상선 단국대 초빙교수·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다루는 여러 의제 중에서 과학기술 분야의 정부조직 개편은 주목받는 이슈 가운데 하나다. 언제가 될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향후 개편할 때 과학기술 행정의 조직이 적지 않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마도 과학기술 행정 부처만큼 자주 조직이 바뀐 부처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너무 잦은 변화는 과학기술의 특성에도 부합하지 않고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과학기술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 변화를 감안할 때 과학기술 행정체계에 대한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다. 다만 모양만 그럴듯한 체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핵심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정부와 민간을 포함해 연구개발(R&D) 예산 100조 원 시대의 국가혁신전략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주요 분야별로 국가최고책임자(NCTO·National Chief Technology Officer)를 두고 민간부문을 포함한 국가 비전과 목표, 정부와 민간 역할 분담 및 협력, 관련 정책 및 제도 지원 등 전략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실천해야 한다.

둘째, R&D와 혁신이 연계돼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강하는 한편 30여 개 부처가 참여하고 있는 국가 R&D의 효율적인 추진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수요 부처에서 필요성을 제기하면, R&D 전담 부처에서 R&D 성과를 만들어 주고, 다시 이를 수요 부처가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인 합계출산율(2021년 0.81명)과 같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대응이 시급한 영역이다. 국가 전체 차원에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과학기술인력 수급 전략이 시급하다. 또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또한 시급하고 절박한 국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방과학기술 5개년 계획 등 중장기 비전과 함께 과학기술과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총괄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학기술의 국제협력 전략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기술동맹, 전략기술협력, 백신허브 등이 중점 의제로 논의된 것처럼 과학기술이 양자 및 다자 외교무대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국익에 부합하면서도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과학기술 국제협력 추진을 위해서는 외교부와 함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과학기술 국제협력창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또 국가 전체의 혁신전략을 가다듬고, 관련 부처에 R&D를 효율적으로 지원하면서 인력·지역·국제협력·인프라 등을 총괄하는 과학기술부총리제도의 신설도 기대한다. 이런 과학기술 행정체계 개편이 ‘팍스 테크니카 시대’를 견인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상선 단국대 초빙교수·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
#과학기술#패권시대#행정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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