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혁신을 넘어 공직혁신으로[기고/김우호]

김우호 인사혁신처장 입력 2021-11-26 03:00수정 2021-11-2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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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호 인사혁신처장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거울 앞의 소녀’라는 그림이 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분명 소녀는 얼굴 왼쪽을 거울에 마주하고 있는데, 거울에는 소녀의 우측 얼굴이 비춰진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녀는 옆으로 서 있는데, 거울에 비친 몸은 정면이다. 피카소는 어떤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 사물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표현일까. 그래서 거울의 속성을 무시하고 소녀의 앞과 옆을 모두 담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현재 거울에 비친 공직의 인사시스템은 어떤 모습일까. 민간 인재들의 공직 진입이 늘어나고, 여성 관리자도 많아지면서 공직사회는 한층 다채로워졌다. 법령 사각지대에서도 정부서비스를 만들어내는 적극행정도 실천한다. 공무수행 중 입은 재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지고 보상하고, 민·형사상 소송비용도 지원한다. 공정채용 문화를 앞장서 전파하며, 공직자 재산등록과 취업심사도 국민 눈높이에 맞게 고쳐 나가고 있다.

거울에 보이지 않는 정면은 어떠한가. 우리는 연공이라는 몸통을 거울에 마주하기를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성과연봉제, 특별승진과 같이 연공성을 줄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당장 체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오래 근무할수록 높은 근무성적을 받고 보수가 늘어나는 인사시스템으로는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없다. 조직이 늙어가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성과평가, 보수체계를 준비해 몸을 탄탄히 만들어야 한다.

‘거울 앞의 소녀’ 그림에 더 필요한 요소는 없을까. 소녀의 머리 위와 뒷모습이다. 인사시스템에서 머리란 첫 단추인 채용일 것이다. 수십만 명 규모의 무거운 체계로는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없다. 공채시스템이 고용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장과 연계된 보다 유연한 채용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민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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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은 무엇일까. 인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받쳐주고 있는 근무 여건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으로 통제와 감시로 관리해왔던 복무도 자율과 책임이 동반된 유연한 근무 형태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공무원의 사기도 높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그림도 인사시스템이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소녀의 오른쪽 얼굴처럼 거울에 비춰 보지 않은 모습은 없을까. 인사시스템만 거울에 비춰서는 그림을 완성할 수 없다. 경직된 정부 조직과 계급 체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나 이미 공직에서 40%를 넘게 차지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요구를 담아내기 어렵다. 인사를 비롯한 다양한 기능들이 공직 혁신을 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올해로 인사혁신처가 출범한 지 7년이 됐다. 온갖 진귀한 보석을 뜻하는 칠진만보(七珍萬寶), 행운과 소망을 상징하는 북두칠성만 보더라도 예로부터 7을 귀한 숫자로 여겨왔다. 출범 7년, 행운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거울 앞에 서야 한다. 캔버스를 펼치고 거울에 비추지 않는 부분까지도 입체적으로 그려 나가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까지 한 폭에 모두 담은 공직 혁신이라는 명작을 세상에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우호 인사혁신처장
#거울 앞의 소녀#인사혁신#공직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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