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길[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321〉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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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어떻게 날아오르는지 어떻게/눈 덮인 들녘을 건너가는지 놀빛 속으로/뚫고 들어가는지/짐작했겠지만/공중에서 거침이 없는 새는 오직 날 뿐 따로/길을 내지 않는다/엉뚱하게도/인적 끊긴 들길을 오래 걸은/눈자위가 마른 사람이 손가락을 세워서/저만치/빈 공중의 너머에 걸려 있는/날갯깃도 몇 개 떨어져 있는 새의 길을/가리켜 보이지만
위선환(1941∼)

새는 우리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새를 부러워한다. 부럽다는 감정은 나에게 없는 것, 그렇지만 내가 바라는 것을 남이 가지고 있을 때 생겨난다. 돈도 없고 차도 없는 새가 부러울 이유가 있을까. 있다. 새에게는 우리에게 없는 것이 있다. 그에게는 날개가 있고 비상이 있으며 하늘이 있고 자유가 있다. 정작 새는 스스로를 자유롭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새가 부럽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가 부럽다기보다 훌훌 털고 날아오를 자유가 부럽다. 부러운 것을 보면 자유란 분명 귀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항상 길을 걸어간다. 사람에게 허용된 인도가 따로 있고, 보행자 통로가 따로 있고, 우측 보행이라는 법칙도 따로 있다. 공교육을 거쳐 직장인이 되어 자식 낳고 사는 것도 길을 따라가는 일이다. 보이지 않는 길, 보이는 길이 겹쳐지고 반복되어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 그런데 이 길이 때로 숨 막힐 듯 답답할 때가 있다. 남들이 이쪽이 좋다, 여길 가야 한다 말하는 길을 걷는 것이 의문스럽기도 하다.

이 시인에게도 그런 때가 있었나 보다. 지상에 다리가 묶인 시인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손가락을 들어 새의 흔적을 가리키는 것 정도다. 반대로 새는 거침없이 날아오른다. 길이 없는데도 개의치 않는다. 사실 새는 일종의 상징이요, 계기일 뿐이다. 우리는 새가 아니라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나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새의 길#위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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