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택지비 현실화 외면한 분양가 개선, 공급 절벽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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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1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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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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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가 어제 분양가 상한제 개선을 위한 매뉴얼을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현행 분양가 상한제는 분양가를 시세의 70∼80%로 통제하고 있는데, 지자체마다 기준도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조합이나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부작용을 줄인다고 내놓은 대책이 지자체별 기준을 통일하는 데 그쳤다. 분양가 규제의 핵심인 택지비 산정은 손도 대지 않아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분양가를 심의하는 지자체가 건축비를 임의로 깎지 못하게 했고, 지자체별 가산비 조정 기준을 통일했다. 하지만 분양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택지비 산정 방식은 기존과 달라지는 게 없다. 이래서는 공급 확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민간 공급을 늘리려면 택지비가 합리적으로 반영돼야 한다. 지금까지 사업지와 가깝다는 이유로 노른자위 땅을 인근 값싼 땅 수준으로 평가하는 식이었다. 정부는 주변 환경이 유사한 곳을 기준으로 택지비를 산정하겠다고 했지만, 자치구 내에서만 비교 대상 토지를 선정하는 방식을 유지했다.

올해 1∼10월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은 작년 같은 기간의 25%에 불과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일반분양 물량이 수천 가구에 이르는 재건축 조합들이 분양 일정을 지난해에서 올해로, 다시 내년으로 미루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의 혜택을 ‘운 좋은 소수’가 독점하는 게 현행 제도이다.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턱없이 낮다 보니 당첨자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고, 대부분 청약자는 기회를 얻기 어렵다. 올해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63 대 1로 사상 최고였다.

분양가격이 시세에 조금만 근접하면 바로 공급될 물량이 서울에서만 1만8000가구에 달한다고 한다. 과도한 개발 이익은 다른 방식으로 환수하더라도, 현실에 맞지 않는 분양가는 개선해야 한다. 주택 공급을 늘리려면 억제 규제부터 고칠 필요가 있다.
#분양가격#택지비#분양가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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