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혁신을 넘어 고객감동으로[기고/이상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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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
7월 한 달간 우리나라는 554억4000만 달러를 수출했다. 무역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56년 이래 월간 최대 기록이다. 1977년 최초로 연간 수출액 100억 달러를 기록하자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는데 이제는 한 달 동안 그 5배 이상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성장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경제가 성장할수록 경쟁력의 원천도 변하기 마련이지만 불변의 가치가 있다. 바로 ‘품질’이다. ‘세계 7대 수출 강국 대한민국’의 근간에는 품질 혁신을 위한 멈추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

요즘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당연히 확보해야 할 품질을 얘기하느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는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T사는 6월 잇단 리콜을 발표했다. 이유는 나사 조임 불량과 안전벨트 조립 불량.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 기업도 품질은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품질은 경쟁력의 핵심 요소다. 반도체 제품의 경쟁력은 수율(收率)에 달렸다. 수율은 생산품에서 양품(良品)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생산 품질이다. 수율이 높으면 같은 원가를 투입하고도 더 많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품질이 곧 원가 경쟁력이다. 2000년대 후반 메모리 반도체 치킨 게임에서 우리나라가 승리하며 산업의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수율, 즉 우수한 생산 품질 덕분이었다.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은 가격, 성능과 더불어 안전을 중요 요소로 꼽는다. 자기 배를 만드는 과정에서 작업자가 다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안전한 작업장에서 우수한 품질이 나온다는 믿음이 저변에 깔려 있다. 안전 품질이다. 같은 조건이라면 안전한 조선소가 더 많은 물량을 따낸다.

이처럼 첨단산업과 굴뚝산업을 막론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든 과정에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다양한 품질 요소가 존재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품질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소비자는 품질을 가격에 견주어 판단한다. 이른바 가성비 경쟁이다. 가성비의 왕, 중국 제품과 경쟁하려면 품질 혁신을 넘어 고객감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감동은 만남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를 만날 때는 무엇보다 사용자환경(UI)과 사용자경험(UX)이 편해야 한다. 비건, 할랄 등 고객 특성과 지향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필수다.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역시 고객을 만나는 통로이다. ‘개념 있는 소비’가 확산되면서 환경 보호를 비롯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날로 중요해지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는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것이 고객 감동의 핵심이 될 것이다.

23일부터 울산에서 제47회 전국품질분임조경진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국 9000여 개 사업장 소속 5만4000여 개의 품질분임조가 혁신 사례를 경쟁하고 공유하는 장이다. 품질분임조 활동이 불량을 줄이고 생산성을 개선하는 품질 혁신을 넘어 고객 감동을 이끌어 냄으로써 월간 수출 500억 달러가 아니라 1000억, 2000억 달러 시대를 열어가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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