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현진]팬데믹이 빚은 조직 번아웃, 리더라면 ‘마음 방역’ 챙겨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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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DBR 편집장
김현진 DBR 편집장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초,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시작한 전 세계 직원 4만5000여 명에게 각각 보너스로 1000달러(약 120만 원)를 지급했다. 또한 갑자기 달라진 업무 환경에서 성과가 나빠질까 불안해하는 이들의 고과를 모두 ‘아주 잘함(Exceed Expectation)’으로 부여하기로 했다. 위기 속에서도 조직은 직원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조치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안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크게 늘었다. 어렵게 수립했던 업무 목표가 끊임없이 재조정돼 허탈감을 느끼거나 재택근무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팬데믹 이후, 큰 변화에 따른 조직원들의 정신 건강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진 가운데 연구자들이 전 세계 직장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한 키워드는 ‘번아웃’이다. ‘과도하게 일에 몰입한 나머지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뜻하는 번아웃은 특히 지금처럼 ‘현재 일어나는 상황을 나 스스로 통제할 수 없고 이 상황을 바꿀 방법이 없다’고 느낄 때 발생한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 환경에서 직장인들의 정신 건강은 개인의 영역으로 치부돼 왔다. ‘정신적 불안’은 ‘무능력’의 유의어로 치부돼 직장 내 금기어처럼 통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발(發)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개인의 정신적 문제가 조직 전체의 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조직 차원에서의 정신 건강 관리가 절박한 과제로 부상하게 된 것이다.

실제 비대면 심리 상담 서비스 플랫폼인 ‘트로스트’에는 코로나 이후 30, 40대 남성들의 상담 요청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전에는 심리 상담 시장의 단골 고객이 아니었던 이들은 ‘분노’ ‘트라우마’ ‘상실’ 등의 키워드를 들고 상담 기회를 찾고 있다. 구성원들의 심리 상담을 돕기 위해 조직 차원에서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근로자지원프로그램)를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EAP는 직무 스트레스뿐 아니라 가족 문제, 법률 및 재정 문제 등 구성원들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이슈에 대해 심리 상담, 코칭,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마음 챙김(mindfulness)’ 연구의 권위자인 리아 와이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불안의 시대에 조직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심리적 소진감을 느끼는 직원들의 감정 상태를 보살피지 않는 경영자와 비즈니스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방역에 힘을 쏟는 시기,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마음 방역’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것도 결국 이것이 조직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행 조건이기 때문이다. 불안과 불확실성은 ‘감정적 감염’을 불러일으켜 조직을 공격할 수 있다. 불안의 시기에 등불이 될 ‘참리더’라면 전 세계 연구자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마음 방역’의 키워드가 연민, 공감, 소통이란 점도 기억해야 한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
#코로나 장기화#팬데믹#조직 번아웃#마음 방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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