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파고든 로봇, 이젠 상생 고민할 때[정우성의 미래과학 엿보기]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입력 2021-07-05 03:00수정 2021-07-0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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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물류센터에 불이 나고 아파트가 무너진다. 재난 속에 갇힌 사람들이 생기고 생명을 구하러 들어가는 소방관도 있다. 결국 구조되지 못하거나 본인을 희생하고 남을 구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긴다. 한 명이라도 더 찾아내고 살리기 위한 노력에 많은 이의 염원과 첨단기술이 더해진다. 최근 수많은 실종자를 낸 미국 플로리다 아파트 붕괴 현장에 생존자 수색과 구조를 위한 로봇이 투입됐다. 대개 큰 사고가 나면 건물이 추가로 무너질 위험이 있고,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곳이 많다. 그래서 로봇이 나선다. 연기를 마셔도 괜찮고 아주 작은 틈도 통과할 수 있다. 뜨거운 열기를 통과하고,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부서지지 않는다. 여러 센서가 달린 눈으로 보이지 않는 생존자의 위치를 파악한다. 로봇에 달려 있는 팔이 생존자에게 가는 길을 막는 무거운 장애물을 치운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에는 위험하거나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일을 한다. 로봇은 사람이 숨 쉴 수 없는 공간인 우주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은 아주 단순하고 따분한 일을 맡는다. 방사성물질이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산업용 로봇도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춤추는 로봇도 자주 보인다. 스스로 작곡하고 춤추며 공연하는 아이돌 로봇이 인기 스타가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현대자동차가 방탄소년단(BTS)이 출연한 ‘웰컴 투 더 패밀리 위드 BTS’ 영상을 지난달 29일 유튜브에 공개했다.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기념해 만든 영상에선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주제 음원에 맞춰 로봇 개 ‘스폿’과 직립보행 로봇 ‘아틀라스’가 BTS와 함께 춤을 춘다. 현대자동차 제공
국내에서는 특히 최근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관심을 받았다. 1992년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구글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현대자동차로 주인이 바뀌었다. 특히 4족 보행 로봇이 계단을 뛰어오르고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재주를 넘는 이른바 ‘로봇 개’ 동영상으로 기술력을 과시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2족 직립보행이 가능한 로봇 등 주로 전투용 로봇을 만든 이 회사는 올 3월에는 창고·물류 시설에 특화된 로봇도 선보였다. 이에 더해 요즘은 글로벌 아이돌 그룹인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활동을 한다.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게 사람에게는 쉽지만, 로봇이 넘어지지 않고 춤추게 하려면 상당한 기술이 필요하다.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팀이 개발한 해양 오염 제거 수중로봇. 나뭇잎의 팔랑거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했다. 서울대 공대·하버드대 제공
세탁기와 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기술이 적용되며 성능이 더욱 업그레이드됐다. 예컨대 상업 시설이나 창고 등 넓은 공간에서 로봇 청소기는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가만히 두면 알아서 여기저기 다니면서 청소하고 소독약을 뿌린다. 위험한 고층빌딩 창문도 청소하고, 수영장이나 공장 안의 큰 수조도 정리한다. 식당 안에서 서빙하는 로봇이 등장하는가 하면, 아예 식당에서 집 앞까지 음식이나 택배를 배달하는 로봇도 있다. 심지어 하늘을 날아오는 배달 로봇도 개발 중이다. 네이버가 개발한 기술 가운데 도서관 책을 정리하는 로봇이 있다. 심지어 다양한 로봇 기술이 접목된 경기 분당구의 네이버 신사옥은 인텔리전트 빌딩을 넘어선 로봇 빌딩이라고 불릴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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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라고 하면 홀로 움직이는 기계를 먼저 떠올리지만, 입을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도 있다. 조끼처럼 입고 무거운 짐을 들 때 필요한 근력을 보조해주는 웨어러블 로봇은 허리나 다리 등에 힘을 보태주어 택배업 등에서 일하는 사람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작업 중 잠시 쉬는 시간이 중요한 산업현장에서는 무릎을 굽히는 것만으로도 마치 의자에 앉은 것 같은 편안함을 주는 산업용 착용 로봇도 있다. 부상이나 산업재해를 막고 좀 더 편안한 작업 환경을 제공해 준다. 물론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을 돕는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도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도 속속 등장한다. 국내 기업인 네오팩트는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돕는 장갑 형태의 로봇을 개발해 병원뿐 아니라 집에서도 스스로 재활 훈련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미 세상에 소개된 지 20년을 넘어선 반려견 로봇은 아이들의 놀이 상대를 넘어서 심리치료, 개인비서, 실내 가전제품 관리 및 경비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리스타를 대신하는 커피점 로봇에 이어 최근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는 로봇을 개발한 곳도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바닐라맛과 딸기맛 재료의 특징이 달라서 여러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데 꽤 많은 기술이 필요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요구가 확대되면서 로봇의 쓰임도 확대되는 중이다. 한 예로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는 로봇이 호텔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로봇이 로비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필요한 물품을 객실까지 배달한다. 호텔 복도, 창틀, 수영장 청소는 물론 무인 매장도 운영한다. 사람 없이 로봇이 대체하는 세상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 같은 로봇 개발 홍수 속에서 근본적으로 로봇이 필요한 영역과 이에 요구되는 기술이 무엇인지, 또 어떤 로봇을 더 집중적으로 개발할지에 대해 한 번쯤 고민해 볼 필요는 있다. 로봇 홍보를 위해 춤추는 영상을 만들고,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로봇 발전에 핵심이 될 수 있는 기술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물론 산업이 기술만으로 승부하는 곳은 아니다. 수요가 있어야 하고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이 만들어주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이 단순히 흥미를 끄는 데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잘 팔리려면 맛도 좋아야 한다.

로봇이 인간 노동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단순하고 기계적인 일, 위험한 일 등에서 로봇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결국 그런 로봇과 상생하기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적이고 인간다운 일에 집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로봇#상생#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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