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황인찬]김정은, 그보다 한 살 어린 이준석

황인찬 논설위원 입력 2021-06-25 03:00수정 2021-06-2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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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MZ세대’, 활동기간 10년
보수도 평양도 변할 수 있을까
황인찬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장점을 얘기한 적이 있다. 그는 3년 전 “김일성, 김정일과 다른 김정은의 한 가지 장점은 전범(戰犯)이 아니라는 것이다. 서울 답방하는 문제도 그렇고, 자유롭게 운신할 수 있는 폭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평양공동선언 후에 김정은의 서울 답방 논란이 불거졌을 때 나왔다. ‘6·25전쟁의 전범이 아니기 때문에 답방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은 보수 진영의 반발을 부를 법도 했지만 별다른 이슈는 되지 못했다. 소수 야당인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으로 발언의 무게감이 덜했기 때문일 수 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보수의 중심에 서며 뉴스메이커가 됐다.

36세인 이준석은 김정은보다 한 살 어리다. 둘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란 공통점도 있다. 10년 전 김정은이 김정일의 사망으로, 이준석이 박근혜의 발탁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나온 시점도 비슷하다. 이제 6·25전쟁이 멈춘 지 30년도 지나 태어난 이들이 북한 노동당과 남한 제1야당의 지도자가 됐다. 남북 관계에도 세대교체가 본격화되는 듯하다.

자신보다 어린 남측 보수 정당 대표를 보는 것은 김정은에게 낯설다. 김정일 사망 이후 10년 동안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으로 문패가 바뀌었고, 이준석 전까지 20명이 당 대표(비대위원장 포함)를 거쳐 갔다. 대부분 김정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뻘이었다. 김정은으로서도 자기 또래의 보수당 대표가 궁금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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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당 대표가 되고 난 뒤 아직 직접적인 대북 발언을 하지 않고 있다. ‘이준석 신드롬’ 얘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그의 대북 인식에 대한 평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과거 방송 패널로 나올 때와 지금 당 대표의 입장이 차이 날 수도 있다.

그가 2019년 펴낸 ‘공정한 경쟁’에서 밝힌 대북 입장은 이렇다. “통일의 방법이 체제 우위를 통한 흡수통일 외에 어떤 방법이 있겠나” “북한 정권이 남한에서 쌀이 왔다는 것을 밝히고 배분한다면 지원할 용의가 있지만, 밝히지 않는다면 지원할 수 없다” 등이다. 이런 발언이 부각되자 그를 강경한 대북관을 지닌 젊은 보수 정도로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이준석은 보다 유연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난 것에 대해 “(신용불량 상태인) 북한이 그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 보증을 서야 하는데 그 역할을 대통령이 자처한 것이다.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며 대화에 긍정적이었던 그다. 지난해 한 라디오 방송에서는 개성공단을 뛰어넘어 파주 지역에 첨단산업단지를 세워 북한 노동자들이 휴전선을 넘어와서 일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한 적도 있다.

이준석 또래의 MZ세대는 진보와 보수란 이념에 매몰되기보다는 그때그때 실리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특성을 보인다. 대화를 통해 평화를 구축하자는 진보나 군사력 증강을 통해 압박하고 견제하자는 보수의 정형화된 대북정책에 갇혀 있지도 않다. 평소 능력주의와 성과를 강조해 왔던 이준석이 진보보다 더 진보적인 경협안을 내비친 것도 이런 배경일 것이다.

젊은 지도자들이 남북관계의 진전에 기여하면 좋겠지만 낙관하기는 어렵다. 스위스 유학파인 김정은에 대해 좀 더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여태껏 북한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이준석 또한 개인 입장이 아닌 당 대표로서 보수당의 대북정책에 얼마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
#김정은#이준석#mz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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