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상준]국회의 헌법 무시 상징하는 국회부의장 1명의 빈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4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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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한상준 정치부 차장
대한민국 헌법 제48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국회는 의장 1인과 부의장 2인을 선출한다.’ 그러나 21대 국회는 개원 9개월이 지나도록 이 조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현재 국회의장단은 박병석 국회의장과 김상희 국회부의장, 둘뿐이다.

국회의장은 대통령과 같은 삼부요인이다.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보면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상징적인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 시정연설을 하기 전 의장대에 앉은 박 의장을 올려다보며 악수를 청했다. 입법부에 대한 존중의 의미다. 박 의장은 의장대에 서 문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손을 잡았다. 여권 관계자는 “현직 대통령을 내려다보며 악수할 수 있는 사람은 국회의장뿐일 것”이라고 했다. 행정부를 견제하는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이 의장대에 앉지 못할 때, 그 대신 의사봉을 잡을 수 있는 권한이 국회부의장에게 있다. 이런 권한에 걸맞게 국회부의장에게는 국회 본청 내 별도의 공간이 주어진다. 의원 보좌진과 별개로 비서실장 등 최대 8명의 참모진을 추가로 둘 수 있다.

1988년 13대 국회 이후 원내 제1, 2당은 한 명씩의 국회부의장을 선출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야 갈등은 언제나 첨예했다. 당연히 지각 개원은 수시로 벌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갈등의 와중에도 각 정당은 1명의 국회의장과 2명의 국회부의장을 꼭 뽑았다.

반면 21대 국회는 3명인 국회의장단의 한 자리를 계속 비워두고 있다. 지난해 원(院) 구상 협상의 난항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둘러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간의 갈등 끝에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전체를 독식했다.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한 반발로 야당은 자당(自黨) 몫 국회부의장을 내지 않았다. 여야의 ‘네 탓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국회의 수장인 박 의장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개원 이후 9개월여 동안 민주당과 국회에서 국회부의장 공백에 대한 우려가 나왔던 건 지난해 12월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 토론) 때뿐이다. 6일 동안 이어진 필리버스터에서 박 의장과 김 부의장은 세 시간씩 번갈아 가면서 의장석을 지켰다. 여권 내부에서는 “국회의장단이 3명이면 좀 나았을 텐데, 박 의장과 김 부의장이 ‘맞교대’를 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어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필리버스터가 끝나면서 국회부의장 공백은 다시 잊혀졌다.

최근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원내대표 교체가 맞물리면서, 국회에서는 다시 법사위원장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오로지 법사위원장만 관심일 뿐, 누구도 국회부의장 공백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21대 국회 전반기는 2명의 국회의장단으로 임기를 마친 첫 사례가 될 것이다.

오히려 여권에서는 “야당 몫 국회부의장이 없어도 국회 운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여당이 먼저 나서 아예 국회부의장을 한 명으로 줄이자고 할 일이다. 언제까지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을 무시할 것인가.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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