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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1가구 1주택 법제화 발상… 시장경제 그만하자는 건가

입력 2020-12-23 00:00업데이트 202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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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어제 ‘1가구 1주택’을 주거의 기본원칙으로 정하고, 집을 통해 재산 불리는 걸 금지하는 내용의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내용이 알려지자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가치인 재산권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터져 나왔다.

개정안엔 1가구 1주택 보유 및 거주, 무주택 및 실거주자 우선 공급, 주택의 자산 증식 및 투기 목적 활용 금지 등 이른바 ‘주거 정의 3원칙’이 담겼다. 국민 10가구 중 4가구가 자기 집 없는 무주택 임차가구인데 다주택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발의 이유다. 강제 규정은 없지만 법이 통과되면 이를 기초로 주택 관련 추가 입법이 이뤄질 개연성이 크다.

전 세계적으로 다주택 보유자에게 세금을 더 물리는 나라는 있어도 보유 주택 수를 제한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당이 집을 배정하는 북한 등 일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전체 주거의 30% 이상을 공급하는 다주택자, 민간 임대사업자가 여분의 집을 처분해 버리면 자기 집을 구매할 형편이 안 되는 서민은 전월세로 들어가 살 집도 없게 된다. 모두가 자기 집에 눌러앉는다면 직장, 교육 문제로 이사하고 싶어도 빈집이 없어 거주이전의 자유가 제약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이 96%에 불과한 상황에서 ‘1가구 1주택 원칙’이란 현실에선 작동할 수 없는 정치적 구호일 뿐이다.

논란이 커지자 진 의원은 “1가구 다주택 소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기본원칙을 명문화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다주택자=투기세력’이란 전제로 징벌적 세금을 때려온 현 정부 정책을 3년 7개월간 지켜본 국민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왜 자동차, 냉장고, TV도 한 집에 한 대씩만 사게 하지”란 비아냥거림이 쏟아지는 이유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서민의 주거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건 정부 여당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시장경제와 사유재산권의 기본원리를 무시하고, 의욕만 앞서는 법안을 남발하는 것은 부동산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기존 주거기본법 3조에 국가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주택시장이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정부 여당은 이런 기본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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