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대립에 몸값 올린 북한, 남북관계 ‘올인’으로 풀릴까[광화문에서/윤완준]

윤완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0-07-16 03:00수정 2020-07-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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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정치부 차장
“한국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친중(親中)이라는 얘기가 나오던데 실은 친미(親美) 대통령임을 내보인 겁니다.”

최근 만난 중국 정부 산하 기관의 A 씨가 말했다. 지난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확대해 한국을 초청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기꺼이 응하겠다”고 한 데 대한 A 씨의 반응이었다. 그는 중국 대외정책 이해도가 높아 한국 정부 당국자들도 종종 찾는 인물이다.

“그 회의는 중국 압박을 논의하기 위한 겁니다. 문 대통령이 그때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때보다 한국에 대한 중국 민심이 훨씬 악화될 거예요.”


한중관계를 최악으로 몰았던 사드 때보다 심각하다니. ‘문 대통령이 중국 문제 논의 때 화장실이라도 가서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는 “그렇다.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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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미국 일각에선 한국이 동맹의 약한 고리라고 의심한다. 한국과 중국 모두 남북 경협을 원한다는 점을 중국이 이용해 한미동맹에 균열을 내려 한다고 본다. 그러면서 한국에 반중(反中) 전선 동참을 압박한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달 25일 미국이 한국에 ‘블루 닷 네트워크’ 동참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블루 닷 네트워크’는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의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의 일환이다.

한국을 두고 미국에선 친중, 중국에선 친미라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미중 갈등 고착화로 한국의 처지가 얼마나 더 괴로워질지 예고한다.

“북한은 한국과 반대로 미중 대립이 반갑고 유리하다.”

A 씨의 말이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서 미국에 협력해야 부담이 사라지니 북한은 중국 편만 확실히 들면 된다는 것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3일 이 관측을 뒷받침했다. 조선신보는 11월 미 대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중 대결이 장기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때 북-중은 돈독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 노동신문도 11일 “중국 당과 정부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중 갈등의 핵심인 홍콩 국가보안법에서 중국 편을 확실히 들었다. 중국은 물밑으로 쌀과 옥수수 콩기름 등 식량을 꾸준히 지원한다. 최근 중국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역 설비까지 대규모로 지원했다.

북한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북한은 북-미 대화 교착이 오래가도 중국이 있으면 버틸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협상 몸값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10일 담화가 잘 보여준다. 그는 구도를 ‘비핵화 조치 대 제재 해제’에서 ‘적대시 철회 대 북-미 협상 재개’로 바꿔야 한다며 판돈이 훨씬 커진 새로운 협상 조건을 제시했다.

이제 웬만한 제안만으로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어려워졌다.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이 한국에 요구하는 판돈도 커질 것이다. 국정원장 박지원, 통일부 장관 이인영, 대통령외교안보특보 임종석의 ‘남북관계 총력팀’은 북한의 몸값을 얼마나 높여야 할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남북관계로만 북핵 문제를 풀기에는 미중관계와 얽히고설킨 한반도 이슈가 너무 복잡해졌다는 점도 깨닫게 될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 차장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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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신냉전#남북관계#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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