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에 시민의식도 전수해야[현장에서/이세형]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입력 2020-06-30 03:00수정 2020-06-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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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한 카페에 고객들이 모여 있다. 사진 출처 알아흐람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아랍 국가 중 인구가 가장 많고, 북아프리카의 중심국인 이집트가 2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를 대폭 완화했다. 배달과 포장 구입만 가능했던 음식점과 카페는 수용 가능한 인원의 25% 수준에서 손님을 받을 수 있다. 통행금지 시작 시간은 오후 8시에서 밤 12시로 늦춰졌다. 거리와 쇼핑몰은 인파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현지인들은 “일상이 돌아왔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집트 정부가 경기침체와 국민들의 불만을 의식해 봉쇄 완화를 결정했지만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집트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인구 100만 명당 검사 건수가 1320건에 불과하지만 지난달 28일부터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1000∼1700명대를 기록 중이다. 외국인과 이집트인 할 것 없이 “실제 확진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봉쇄 완화 이후인 27, 28일 카페와 식당, 쇼핑몰을 둘러보면서 우려는 커졌다. 대부분 식당과 카페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테이블 간격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다름없이 촘촘했다. 음료수를 마신 뒤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최대 수용 인원을 표시해 놓은 곳도 거의 없었다. 한 20대 이집트인은 “글로벌 브랜드의 카페, 레스토랑, 호텔만 정부 방침을 제대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현지 법인과 지사가 몰려 있는 지역에 위치한 쇼핑몰의 사정도 비슷했다. 입구 앞 체온 측정 장치를 관리하는 직원은 자리를 자주 비웠다. 바닥에 표시해둔 사회적 거리를 반영한 줄서기 위치도 유명무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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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지침은 있지만 시민의식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남아공 등 코로나19 관련 봉쇄를 풀고 있는 다른 중동·아프리카 나라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는 남아공의 소식통은 “여전히 빈민가와 소도시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는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중동·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은 최근 경제발전 못지않게 보건의료, 특히 감염병 대응과 관련해 한국에 관심을 보인다. 이른바 ‘K방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집트에서도 한국의 보건의료 관련 정부기관 및 기업과의 교류를 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이 K방역 노하우 전수에 나선다면 기술적인 요소 못지않게 ‘시민의식’의 중요성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2912만여 명이 참가하고도 행동수칙 지키기와 시민의식으로 감염자가 한 명도 안 나온 4·15총선의 경험은 많은 개도국에서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성공 사례일 것이다.
 
이세형 카이로 특파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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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역#k시민의식#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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