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본관 앞/부아앙 좌회전하던 철가방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저런 오토바이가 넘어질 뻔했다.
청년은 휴대전화를 꺼내더니/막 벙글기 시작한 목련꽃을
찍는다./아예 오토바이에서 내린다./아래에서 찰칵 옆에서
찰칵/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찰칵찰칵/백목련 사진을 급히
배달할 데가 있을 것이다./부아앙 철가방이 정문 쪽으로
튀어나간다./계란탕처럼 순한/봄날 이른 저녁이다.꽃이 시가 된다. 꽃 같은 마음은 시가 된다. 이렇게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얼마 전부터 얼마나 그랬는지는 고시조를 보면 된다. 백영 정병욱 교수는 고시조 2400여 수의 어휘를 조사한 적이 있다. 조사한 결과물을 보면 님, 일, 말, 사람, 몸, 꿈 같은 단어가 가장 많이 쓰였다. 그 다음으로 많이 사용된 어휘는 달, 물, 꽃, 밤 등이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옛사람의 마음에도 사람과 꿈과 꽃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마음에도 사람과 꿈과 꽃이 있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이문재 시인의 ‘봄날’을 읽으면 곧바로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이 시를 쓴 시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누구보다 바쁜 배달원이 겨우 꽃 때문에 걸음을 멈추었다. 아니, 꽃 덕분에 그의 마음에도 꽃이 폈다. 저런 찰나의 아름다움은 쉽게 지워질 수 없다. 꽃구경 가지 못하는 당신에게 꽃 같은 시라도 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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