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 ‘코로나 뉴딜’… 위태로운 기간산업부터 살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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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90조 원에 이르는 기간산업 지원 및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조성해 항공 해운 자동차 조선 등 주요 산업을 지원하되 고용 유지와 임직원 보수 제한 등의 조건을 부여하기로 했다. 회사채 매입과 소상공인 지원에 35조 원, 긴급 고용안정대책에 10조 원도 추가했다. 그동안 1∼4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내놓은 지원책까지 합치면 24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0%가 넘는 규모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소상공인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항공 산업은 4개월간 매출 피해만 6조 원이 넘을 것으로 조사되고, 정유 4사도 1분기 영업적자가 3조 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철강 기계 등도 생산 차질과 판매 추락으로 붕괴 직전이다. 이런 기간산업들이 무너지면 전후방 산업까지 심대한 타격을 받고, 수백 만 관련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일시적인 위기 극복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회생과 관리 방안까지 추진하기로 한 방향은 옳다. 그러나 시간이 문제다. 기간산업 안정기금은 국회에서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추가 지원금을 확보하려면 3차 추가경정예산도 짜야 한다. 한 해에 추경을 3번 이상 편성한 것은 1969년 이후 51년 만이다. 9조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은 한 달이 되도록 논란이 이어졌다. 정부와 국회가 또다시 지지부진한 논의만 이어간다면 하루를 버티기 힘든 기간산업들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말 것이다. 기금은 기금대로 만들되 금융기관들과 협조해 긴급 수혈을 서둘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회의에서 정부가 나서서 디지털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대규모 국가 프로젝트로 ‘한국판 뉴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판 뉴딜이 말잔치에 그치지 않으려면 기간산업들의 위기부터 조속히 해소하면서 새로운 혁신 산업을 활성화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뉴딜#5차 비상경제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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