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승훈]‘분산형 전원’ 우대… 집단에너지 보급 늘려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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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원자력발전소나 석탄화력발전소는 발전 과정에서 대량의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동해안 또는 서해안에 입지하고 있다. 반면 전기의 주 수요처는 수도권이다. 수도권에는 인구의 절반이 집중돼 있으며 인근 경기권에도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반도체 공장 등 생산단지가 밀집돼 있다.

그렇다 보니 부산의 원자력발전소나 충남의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와야 한다. 결국 고압 송전선로 및 송전탑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송전시설이 필요한데 이들이 대표적인 기피 시설 취급을 받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는 2012, 2013년 ‘밀양 송전탑 사건’이라는 사회적 갈등을 경험한 바 있다. 주민 일부는 송전시설 건설에 극심하게 반대했으며 행정대집행으로 사태가 겨우 진정됐다.

이때 우리는 분산형 전원의 소중한 가치를 비로소 깨닫게 됐다. 정부가 분산형 전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해 추진한 계기가 됐다. 분산형 전원이란 전기를 소비하는 수요지 내에 입지한 발전소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 캠페인에는 서울시에 분산형 전원을 확보해 송전시설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줄여 보자는 의도도 숨어 있다.

열병합발전소와 같은 집단에너지는 수요지 내에서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해 공급하는 대표적인 분산형 전원이다. 집단에너지 분산형 전원의 가장 큰 장점은 송전시설을 필요로 하지 않기에 사회적 갈등 비용과 송전시설 건설 및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송전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전력 손실도 없다. 이에 선진 각국은 보조금 지급, 전기 우선구매제도 시행 등 집단에너지의 확대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주요 집단에너지 사업자 20곳 중 11곳이 작년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분산형 전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불구하고 몇 년째 경영난을 겪고 있다. 특히 수요지 내 입지로 투자비가 훨씬 크지만 시설 구축 시나 전력 판매 시 고려되지 않아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분산형 전원을 우대하는 방식으로 전력시장 제도 개선을 통해 집단에너지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유승훈·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분산형 전원#집단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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