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치경찰제, 잘 못 쓰면 혼란 부를 ‘양날의 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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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어제 2022년까지 국가경찰 4만3000명을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공개했다. 각 시도에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해당하는 자치경찰본부와 자치경찰대를 신설해 생활안전과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밀착형 업무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음주운전, 공무집행 방해 등 일부 범죄 수사권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자치경찰제는 경찰을 지역 주민의 삶에 밀착시킴으로써 지역별로 국민에게 다양한 맞춤형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지역경찰과의 유기적 협조가 안 되고 지방토호세력과 자치경찰의 유착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를 막기 위해 시도 경찰위원회가 자치경찰을 관리하도록 했지만 지자체가 경찰의 인사권 또는 예산집행권을 갖는 만큼 별도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치경찰은 치안서비스의 개선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치안은 교통 생활안전 예방활동으로 대표되는 치안서비스의 확대가 필수다. 이 같은 행정경찰 분야에선 시도지사의 적극적인 권한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체제에서 국가경찰이 옥상옥이 될 우려가 있다. 거꾸로 자치경찰에게 수사와 관련해 지나치게 권한을 주면 국가경찰 시스템의 장점을 훼손할 수도 있다. 문화와 환경이 다른 외국 사례를 참고하는 데도 한계가 있는 만큼 국민의 눈높이에서 세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자치경찰제는 서울 제주 세종 등 5개 지역에서 내년부터 시범 실시하고 전국으로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권한 다툼이나 업무 중복, 사각지대로 인한 경찰권 누수를 막을 수 있도록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국가와 지방의 치안 공동책임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면 치안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갈등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자치경찰제는 ‘양날의 칼’이다.
#자치경찰제#주민밀착#치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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